경제지형 넓힐 수 있지만… 비핵화 진전 없인 아무것도 못해

이미지 크게보기‘제재 대상 아닌’ 양묘장 간 경제인들 2018 평양 남북정상회담의 특별수행원 자격으로 방북한 이재용(오른쪽 여덟 번째) 삼성전자 부회장과 현정은( 〃 일곱 번째) 현대그룹 회장 등 남측 기업인들이 19일 북한 인민군 양묘장을 참관하고 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0일 보도했다. 연합뉴스

- 南北 경협 성과와 한계

서해경제·동해관광특구 조성
침체빠진 경제, 활로 찾기 도움
대북제재 안 풀리면 사업 불가

개성공단 임금 北 통치자금化
금강산관광 안전 등 우려 여전

남북 정상이 19일 발표한 ‘9월 평양공동선언’에 담긴 남북경협 방안은 ‘대북 제재’라는 난관만 넘으면 장기적으로는 남측 정부에도 유익한 내용이 많이 포함됐다. 서해경제 및 동해관광 공동특구 추진 등은 우리 경제의 지형을 넓히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평가다. 하지만 개성공단·금강산 관광 재개는 북한 정권 ‘통치자금’으로 유입될 수 있다는 ‘대북 퍼주기’ 우려가 여전한 상황에서 이를 차단할 수 있는 조항을 마련하는 것이 향후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20일 북한 전문가 등에 따르면 9월 평양공동선언에서 두드러진 분야는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구체적으로 제시한 남북 경협 방안이다. 두 정상은 서해경제공동특구와 동해관광공동특구를 조성하는 문제를 협의하기로 했다. 이는 문재인 정부의 한반도 신경제지도 전략에 바탕을 둔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문 대통령은 ‘4·27 판문점 정상회담’ 당시 한반도 신경제지도 구상을 담은 휴대용저장장치(USB)를 김 위원장에게 전달한 바 있다.

한반도 신경제지도 구상은 신북방·신남방정책을 양대 축으로 하고 있다. 따라서 서해경제·동해관광특구 조성이 본격화되면 한반도 신경제지도를 바탕으로 한 양대 축 정책 추진에 탄력이 붙을 수 있다. 이는 남측의 경제활동 범위를 넓혀 최근 침체에 빠진 경제의 활로를 찾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전망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 특구를 비롯해 개성공단·금강산 관광 재개, 남북 철도·도로 연결 등은 추진하는 데 걸림돌이 적지 않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 제재 결의와 미국의 독자 대북 제재가 시행되는 상황에서 ‘예외적용’을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미국은 안보리 제재 사항을 위반하는 국가·기업·개인에게는 미국 측과의 거래를 금지하는 세컨더리 보이콧(제3국 기관·개인 제재)을 가하고 있다. 남북 정상이 이번 공동선언에서 ‘조건이 마련되는 데 따라’라는 단서를 붙인 것도 이 때문이다.

또 금강산 관광과 개성공단 재가동 추진은 남측 내부에서도 상당한 논란을 낳을 것으로 예상된다. 2008년 금강산에서 발생한 관광객 박왕자 씨 피살 사건과 북측의 개성공단 내 남측 자산 몰수·동결 조치 등이 재발하지 않는다는 북측의 보장이 없기 때문이다.
박준희 기자 vinkey@munhwa.com

문화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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