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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성 남자와 금성 여자를 넘어서 / 존 그레이 지음, 문희경 옮김 / 김영사

‘화성 …남자, 금성 …여자’저자
25년만에 후속편 작년에 발간

男 호르몬에 따른 특성 일반화
페미니스트들의 비판 나오기도

‘남성성·여성성 모두 표현해야’
男女 역학관계 변화 일부 인정

호르몬差 이해 없인 여유 잃어
적절히 섞어야 개인 행복 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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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연휴는 여성에게 스트레스 기간이다. 여전한 가부장적 분위기 속에서 여성들은 성 차별적 대우와 노동, 간섭 등으로 ‘명절증후군’을 겪고, 명절 이후 이혼율이 높아질 정도다. 여성의 사회활동 증가로 부부간 역학관계는 변해 가는데, 모처럼 모인 가족의 분위기는 예전과 같으니 스트레스가 더 커진다. 세대가 완전히 바뀌어야 고쳐질까. 남녀의 관계는 물론 행복이 본질적으로 어떤 것인지에 관해 제대로 배울 수 있다면 해소 방법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150개국에서 50개 언어로 번역돼 글로벌 베스트셀러가 된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는 바로 그런 책이었다. 이 책이 부부관계 카운셀러였던 저자 존 그레이를 일약 백만장자로 만들어줬다는 것 자체가 미국을 비롯한 지구촌 사람들이 자본주의 사회의 바탕 구조인 가족, 그 기본인 부부와 남녀 관계에 관해 고민이 깊었다는 방증이다. 호르몬 분비가 다른 데서 오는 남녀의 차이를 ‘근본적인 것’으로 인정해야만 서로 이해와 소통의 수준을 높여 행복한 관계를 이어갈 수 있다는 내용이다.

이 책은 남성호르몬으로 불리는 테스토스테론이 남녀의 본질적인 특성을 결정한다는 오랜 관점을 일반화하는 데 크게 ‘공헌’했다. 이로 인해 페미니스트들의 주요 공격 타깃이 됐다. ‘테스토스테론 결정론’이라는 성 본질주의적 관점을 비판한 ‘테스토스테론 렉스’(코델리아 파인 지음, 딜라일라북스) 같은 책이 그중 최근의 것이다.

‘화성 남자와 금성 여자를 넘어서’(Beyond Mars and Venus)는 이전 책의 출간 25년을 맞은 지난해 그 후속편으로 나온 것이다. 첫 책 출간 이후 사반세기가 지나면서 여성의 사회활동 확장과 여성운동의 영향으로 남녀의 역학 관계는 적지 않은 변화를 겪었다. 저자는 이번 책의 ‘넘어서’란 제목이 시사하듯 ‘이제는 남성성과 여성성을 모두 표현할 줄 알아야 한다’며 일부 변화를 인정한다. 그러나 본질적으로 ‘호르몬 결정론’은 유효하며, 그 차이를 인정할 때 남녀가 합리적으로 이해하고 원만하게 소통할 수 있는 토대를 다질 수 있다는 주장을 굽히진 않는다.

호르몬 성차를 인정하지 않으면 연애감정이나 매력도 느끼지 못하며 열정도 오래 지켜나갈 수 없다는 것이다. 노르웨이 등 북유럽의 성 평등은 남자들은 남성성을 억누르고 여자들은 여성성을 억누르는 ‘성 맹목’(gender blindness)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사회의 변화로 반대 성의 성향을 드러내는 사람이 증가하는 현상은 바람직하지만, 다른 성 역할을 족쇄처럼 차면서 더욱 스트레스를 받거나 삶의 여유를 잃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한다.

결론적으로, 남자든 여자든 남성성과 여성성을 적절히 조합해 ‘고유한 자아’를 온전히 표현할 수 있을 때 비로소 ‘고차원적인 사랑’을 느끼고 표현할 수 있다는 것이다. 고차원적 사랑이 곧 행복이고, 삶의 풍성함이다. 저자가 제시하는 방법은 이렇다. 남녀는 남성성과 여성성을 모두 갖고 있어 그 균형을 이뤄야 더 큰 사랑과 행복을 발견할 수 있지만, 남성은 테스토스테론을, 여성은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을 반드시 높게 유지해야 한다. 남자들은 남성성을 자극하는 일이나 활동에 몰두하고, 여자들은 폭넓게 사람들을 만나고 좋아하는 일을 해서 여성성을 자극해야 각각의 성호르몬이 높게 유지된다.

또 서로의 남성성과 여성성을 각자의 고유한 방식으로 온전히 표현하도록 지지하면서 대등하게 만나면 열정도 오래 지속된다. 남녀의 호르몬 차이가 서로의 열정을 지켜주는 핵심이다. 일 곧 사회활동에 있어서도 저자는 ‘당신 시간’ ‘우리 시간’ ‘내 시간’의 적절한 균형을 강조한다. 직장에서의 시간과 서로 함께하는 시간, 각자의 시간을 적절히 배분함으로써 남녀의 호르몬을 유지해 매력을 잃지 않을 수 있다. 남성적인 독립성과 무심함, 문제 해결 능력, 강인성, 경쟁심과 여성적인 상호의존성, 감성, 보살피는 능력, 취약성을 혼합하며 서로 대등하게 의존하는 관계, 대화를 쌓아감으로써 고차원적인 사랑을 만들어 갈 수 있다. 역할과 차이를 한 단계 넘어, 남성성과 여성성을 조화롭게 표현해 마음을 나눔으로써 관계에서 오는 스트레스를 줄이고 개인의 행복을 찾을 수 있다는 것이다. 논란의 여지는 여전히 많지만, 이 같은 방식이 ‘남녀가 사랑 안에서 함께 성장하는 길’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사랑의 힘이 힘에 대한 사랑을 이길 때 세상에 평화가 온다”는 전설적인 기타리스트이자 가수였던 지미 헨드릭스가 남긴 말을 저자는 책의 주제로 인용한다.

엄주엽 선임기자 ejyeob@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