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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上) 금융권 변화의 바람

상반기에 반짝순익 올렸지만
수익성 지표는 오히려 하락세
대출억제·反금융정서 악재도

신한·농협 등 보험·증권 인수
KB 베트남·印尼로 해외진출
하나는 핀테크 등 新금융 확대

한국의 미래 신성장 산업으로 대우받던 금융업이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소위 ‘찬밥’ 신세다. 새 금융감독원장들은 ‘약탈적 금융’ ‘금융사와의 전쟁’ 등 자극적 표현을 써가며 국민의 정서를 흔들고 있다. 국내 대형 은행들은 정부와 여론의 압박을 인내하면서도 동시에 생존의 길을 스스로 찾아가야 하는 국면이다.

이에 문화일보는 ‘상·하’ 2회 기획시리즈를 통해 최근 경쟁적으로 변신·변화를 거듭하는 은행들의 노력과 글로벌 시각에서 바라본 한국 금융의 현주소를 보도한다.

올해 상반기 국내 은행들은 역대 최대 규모의 순이익을 거뒀지만, 좀처럼 축제 분위기는 찾아보기 힘들다. 이자이익과 대손충당금 환입 등에 의한 반짝 효과로 은행의 수익성 지표는 하락세를 보이기 때문이다.

정부의 가계대출 억제정책 및 금융에 대한 약탈적 시각과 경제하강 기조 등과 맞물려 앞으로가 더 어둡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은행들은 지금, 생존을 위해 몸부림을 치고 있다. 비은행 금융사를 거액을 주고서라도 인수·합병(M&A) 하고, 해외로 나가고, 핀테크(금융+기술) 업체로 변신하는 모습에서 은행들의 절박함이 묻어난다.

◇M&A 바람 타는 은행들=최근 은행 중심의 금융지주사들이 비은행 금융사 인수·합병에 나서는 것도 수익성 강화를 위한 행보다. 신한금융지주는 지난 5일 자산 기준 6위(2017년 말) 생명보험사인 오렌지라이프(지분 59.15%, 2조2989억 원)를 인수했다. 생명보험사(신한생명)를 자회사로 가지고 있는 신한금융이 또다시 생명보험사 인수에 나선 것은 은행부문에 편중된 수익구조를 개선하기 위해서다. 보험 비중을 강화해 카드와 함께 비은행 부문의 대표 수익원으로 키우겠다는 게 신한금융의 전략이다. 지난해 비은행 순이익 비중이 42%였던 신한금융은 ‘오렌지라이프’ 인수로 이 비중을 더 늘릴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NH농협금융지주도 2014년 우리투자증권을 인수하며 은행 중심의 수익구조에서 자본시장의 비중을 높인 바 있다. 금융권 안팎에선 우리은행도 보험사 내지 증권사를 인수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글로벌 영토 확장 통한 수익성 강화 = 국내 은행들은 글로벌 시장 역시 수익성을 보충하는 대안이 될 것으로 평가한다. 해외진출을 놓고 장고를 거듭하던 KB국민은행은 최근 검토를 끝내고 글로벌 공략에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베트남, 미얀마, 캄보디아에 이어 지난 6월엔 인도네시아 시장에도 진출했다.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은 최근 베트남 부총리를 만나 현지에 1억1000만 달러를 투자키로 약속한 바 있다. 국내 최대의 소매고객을 보유해 최고의 영업력을 자랑하지만 갈수록 치열해지는 경쟁과 은행업의 성장동력 저하 등으로 새로운 시장이 필요하다. 역시 동남아시아에 애정을 쏟고 있는 신한금융지주는 지난 19일 베트남 호찌민에 정보통신기술(ICT) 자회사 신한DS의 베트남 현지법인을 설립했다. 김광수 NH농협금융지주 회장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글로벌 역량 강화를 핵심 경영 비전 중 하나로 꼽은 바 있다.

◇핀테크 회사로 변신하는 은행 = 은행업 문이 인터넷전문은행과 핀테크 업체 등 기술과 혁신성을 갖춘 비금융사에 허용되면서 기존 은행들 사이에선 생존 자체를 걱정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맥킨지는 지난해 보고서에서 오는 2025년 세계 은행업의 평균 자기자본이익률(ROE)이 9.3%에 이를 전망이지만 비금융사들이 만든 디지털 뱅킹 플랫폼이 금융산업으로 확장되면 수익성은 절반 수준(5.2%)으로 떨어질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최근 은행들은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모바일 뱅크 등 핀테크를 접목한 금융서비스로 현지인 공략에 나서고 있다. 하나금융지주가 가장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SK텔레콤과 함께 ‘핀크’란 핀테크 회사를 만든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금융상품은 KEB하나은행에도 있지만, ICT 업체의 노하우가 담긴 혁신 상품으로 정통 은행에선 하지 못한 새로운 금융 서비스를 만들겠다는 각오의 표현이다. 최근 핀크는 20∼30대를 위한 모바일 소액대출인 ‘하나 핀크 비상금대출’ 상품을 내놨는데 젊은층으로부터 높은 관심을 받고 있다. 함영주 KEB하나은행장은 이달 초 핀테크의 요람인 중국 선전(深)지역의 금융사를 방문하기도 했다. 4대 은행의 고위 임원은 “은행장마다 글로벌과 디지털을 강조하는 이유는 미래의 생존이 달려 있기 때문”이라면서 “변신의 정도에 따라 은행의 지형도 바뀔 것”이라고 말했다.

황혜진 기자 best@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