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스캔들 수사자료 전면공개
법무부·FBI에 지시 뒤 비판
“형편없고 혼란스러워” 맹비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러시아 스캔들 수사 문제로 갈등을 빚어온 제프 세션스 법무장관에 대해 노골적인 불만을 쏟아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19일 의회전문매체 더힐과의 인터뷰에서 “나는 법무장관이 없다. 그것은 매우 슬픈 일이다”라며 “국경(문제)에 있어 행복하지 않고, 이것뿐 아니라 많은 일로 인해 행복하지 않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3월 세션스 장관이 2016년 대선 당시 트럼프 캠프와 러시아 간 내통 의혹인 러시아 스캔들 수사 지휘권을 스스로 포기한 이후 여러 차례에 걸쳐 비난 공세를 이어왔다. 그는 이번 인터뷰에서 한발 더 나아가 불법이민자에 대한 국경 단속 등 세션스 장관이 책임진 다른 업무에 대해서도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수위를 높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세션스 장관은 나를 지지한 첫 번째 상원의원이었고 법무장관이 되기를 원했다”며 “그는 지명 과정을 거쳤지만 형편없었다. 불안하고 혼란스러웠으며 상원에서 오랫동안 함께 일했던 사람들도 그에게 우호적이지 않다”고 비난했다. 세션스 장관 경질 가능성에 대해서는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보겠다. 많은 사람이 내게 그것을 권했다. 그가 한 일은 매우 불공정했다”고 답했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 발언은 지난 17일 법무부와 연방수사국(FBI)에 러시아 스캔들 수사 관련 자료의 전면 공개를 지시한 직후 나온 것이어서 의미심장하다. 기밀해제 대상은 △러시아 스캔들을 놓고 트럼프 대통령과 맞섰던 제임스 코미 전 FBI 국장, 앤드루 매케이브 전 FBI 부국장의 문자 메시지 원본 △성추문을 다룬 트럼프 X파일의 작성자인 크리스토퍼 스틸과 접촉했던 법무부의 브루스 오 전 차관보에 대한 내사 보고서 △트럼프 캠프 외교정책 고문이었던 카터 페이지를 감청하기 위해 ‘외국인정보감시법(FISA)’에 따라 FBI가 발부받은 영장 등이다. 문서를 먼저 열람한 공화당 소속 데이비드 누네스(캘리포니아) 하원 정보위원장은 “내용이 충격적”이라고 말했다. 마크 메도우스(노스캐롤라이나) 하원의원은 “FBI와 법무부 고위층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진실을 알아야 할 때가 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민주당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반트럼프 성향인 법무부, FBI 관리들의 문자메시지 및 자료 공개로 러시아 스캔들 수사 신뢰성을 깎아내리려는 의도가 있다고 보고 있다. 법무부도 자료 공개가 정보원을 위험에 빠트리거나 수사를 어렵게 할 수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허리케인 플로렌스로 26명이 사망하고 가옥 수천 채가 물에 잠긴 노스캐롤라이나주 피해 현장을 방문했다.

김남석 기자 namdol@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