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상’ 손예진 “추석 연휴엔 조승우, 조인성, 협상 모두 다 잘됐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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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승우-조인성-손예진의 ‘클래식 매치’요? 하하 그러네요. 한국 작품 3개가 동시에 개봉하는 것은 거의 처음 같은데… 다 잘됐으면 좋겠어요.”

‘클래식’은 세 사람이 함께 출연했던 로맨스 영화다. 2003년 개봉했으니 15년 만에 서로 다른 영화로 다시 만나 경쟁하는 셈이다.

충무로 최고 여배우 손예진이 추석 연휴 기대작 ‘협상’(감독 이종석)에서 선보일 캐릭터는 경찰 협상가다. 협상가는 꽤 낯설지만 동시에 낯익은 이름이다. 인질범과 대치해 위기를 해결하는 측면에선 접근조차 어려워 보이는 전문직이지만, 할리우드 영화 속에서는 종종 그런 캐릭터를 봐왔기 때문이다. 흑인 명배우 새뮤얼 잭슨이 협상가로 나왔던 ‘네고시에이터’(1998)나 미남 배우 콜린 패럴이 공중전화 부스 안에서 꼼짝도 못하면서 수화기 건너 익명의 협박범과 대치하는 ‘폰 부스’(2002) 등이 떠오른다. 한국 영화에서도 하정우가 주연했던 ‘더 테러 라이브’(2013)에서 여성 협상가(전혜진)가 등장했던 적이 있다.

하지만 이들 작품 속 협상가들에겐 한결같은 공통점이 있었다. 노련한 화술과 냉철한 판단력으로 범죄 현장을 해결하려는 모습을 보여줬다는 점. 그러나 실패할 경우, 대가도 어마어마했다.

손예진이 연기하는 협상가 하채윤 경위는 이런 종전의 협상가와는 조금 달라 보인다. 분명 냉철하지만 좀 더 감성적인 구석이 있다. 때론 인질의 허무한 죽음에 눈물을 쏟고, 때론 인질범의 기막힌 사연에 동화돼 마음이 흔들린다.

“협상가란 정의를 부르짖고 직업적으로 협상을 냉철하게 이끌어야 하는 사람이지만 현장에서 사람이 죽어가는 모습을 보고 마음 아파하는 모습도 생각했다. 개인적으론 더욱 인간적인 협상가를 보여드리고 싶었다.”

손예진의 의도는 어느 정도 성공한 것처럼 보인다. 하채윤 경위는 눈물은 많지만 판단은 민첩하다. 너무 잘생긴 인질범 현빈(민태구)의 속마음을 엿보고 흔들리지만 공과 사는 철저히 짚는다.

“원래 리허설을 잘 안 하는 편인데 이번엔 의도적으로 더 그랬다. 순간에 나오는 감정이 중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미리 말로 해버리면 뭔가 김이 빠지는 느낌이랄까. 민태구를 보면서 반응해야 했다. 하채윤은 민태구를 따라가면서 절제하고 폭발하는 인물이었다.”

가장 두드러졌던 대목은 손예진이 평소 존경했던 경찰 선배(이문식)가 민태구에게 살해되는 장면에서다. 냉철하게 협상을 이끌던 손예진은 한꺼번에 감정을 노출하며 오열한다. 동시에 가장 인간적인 욕설을 내뱉는다. 그러나 그건 내지르는 게 아니라 속으로 삼키는 울음 같다.

“‘미친 XX’라는 대사를 놓고 고민을 많이 했다. 하채윤의 캐릭터가 이 한마디에 여실히 드러나는 장면이기도 했다. 사람이 너무 당황했을 때는 목소리도 나오지 않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목이 메어서 욕조차도 제대로 할 수 없는 상황을 상상했다.”

처음 악역에 도전한 현빈과의 호흡도 나무랄 데 없었다. 손예진은 “극 중에서 만날 기회가 많지 않아 조금 아쉬웠다. 다음에 한 번 더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서로 얘기하고 격려했다”고 말했다.

2001년 드라마 ‘맛있는 청혼’으로 데뷔한 손예진은 올해로 연기 경력 17년. 그동안 수많은 드라마와 영화로 인기를 끌며 최정상의 자리를 지켜왔다. 이런 비결에 대해 그는 “운이 좋았다”면서도 “하나의 캐릭터를 어떻게 하면 현실적으로 관객들이 공감할 수 있게 할까를 끊임없이 고민한 결과 같다”고 밝혔다. 이어 “많은 인물을 연기했지만 아직도 안 해본 캐릭터에 대한 설렘이 더 크다”면서 “다음엔 코미디물에 도전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고 덧붙였다.

김인구 기자 clark@munhwa.com

문화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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