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지난 3월 2일 경남 합천군 청덕면 앙진리 광암들에서 냉해 피해를 본 양상추를 들어 보이고 있는 변중근(오른쪽) 피해대책위원장. 농민신문 제공

- ‘10억여 원 배상 요구’ 변중근 합천군 광암들 피해대책위원장

“지난해 46개 농가 양상추 피해
또다시 보 개방하겠다고 통보…
보상 없고 대책도 없어 한숨만”

“어린애도 때렸으면 병원에 데려가 바로 치료해주는데, 정부가 일방적으로 보를 개방해 농작물 피해를 입혀놓고 1년 가까이 보상이 안 되고 있는 게 말이 됩니까. 이런 상황에서 대책도 없이 또다시 보를 개방하려고 하니 말이 안 나옵니다.”

지난해 창녕함안보 개방으로 10억 원이 넘는 농작물 냉해 피해를 본 경남 합천군 청덕면 광암들 피해대책위원회의 변중근(67) 위원장은 19일 “빨리 배상받고 올해 양상추 농사를 지어야 하는데, 정부의 원인조사가 늦어지고 적극적으로 보상도 하지 않아 이제야 피해 배상을 요구하는 재정신청서를 냈다”며 이같이 말했다.

광암들 피해 농민 46명은 지난 11일 환경부 장관과 한국수자원공사를 상대로 10억5859만5000원을 배상하라는 재정신청서를 환경부 소속 중앙환경분쟁조정위원회에 제출했다. 이들 농민은 겨울철 따뜻한 지하수를 끌어올려 비닐하우스 내부 온도를 조절하는 ‘수막재배’ 방식으로 양상추 등을 재배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가 지난해 11월 14일 창녕함안보를 개방해 낙동강 수위가 4.9m에서 3.3m로 낮아지면서 지하수 부족으로 비닐하우스 내부 온도가 떨어져 46개 농가가 냉해 피해를 봤다.

변 위원장은 “태풍이나 수해 등을 당하면 곧바로 특별재해대책비로 복구비를 지원하는데 ‘인재(人災)’인 보 개방 피해는 1년이 다 돼가도록 보상이 안 되고 있다”며 “올해도 새롭게 겨울 농사 준비를 하고 있는데 얼만 전 수자원공사에서 전화가 와 보 수문을 다시 열 준비를 한다고 해 농사를 못 짓게 하려면 논을 사든지 밭을 사든지 당신들 마음대로 하라고 했다”고 말했다. 환경부는 지난달 20일 창녕함안보 개방을 위해 ‘낙동강 하류 보 개방 여건 진단평가팀’을 발족해 운영 가능 수위 등 보 개방 일정과 개방 폭을 점검하고 있다. 변 위원장은 “우리 광암들 농민들은 보를 개방하든 말든 상관 않지만, 농사를 짓는 데 문제가 없게 해야 한다”며 “보 개방으로 지하수위가 낮아져도 물 걱정을 하지 않도록 대책을 먼저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한편 보 개방에 따른 피해보상이 바로 이뤄지지 않은 것은 관련 규정이 없기 때문이다. 경남도 관계자는 “환경부가 피해 발생 당시 상황을 인지하고 있었지만, 보 개방 후 처음 발생한 피해여서 배상 규정이 없는 데다 지하수위 저하 등 보 개방 관련성을 확인하는 용역에 시간이 걸렸다”며 “또 피해 당사자들이 조정위원회에 배상을 신청해야 해 이제야 재정신청이 이뤄진 것 같다”고 말했다.

합천=박영수 기자 buntl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