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란, 갈색란과 백색란은 색깔 차이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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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계란이 다시 안전성 논란의 중심에 섰다. 일부 계란에서 살충제 대사산물이 검출돼서다. 우리 국민에게 계란은 옛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음식이다. 소설가 주요섭이 1930년대에 쓴 ‘사랑방 손님과 어머니’엔 삶은 계란을 손님에게 대접하는 장면이 그려진다. 1950~1970년대를 살았던 이는 기차 안에서 먹던 삶은 계란·계란 프라이·김치볶음 도시락·계란 간장밥·군대에서 특식으로 나왔던 생계란에 대한 기억을 잊지 못한다. 모닝커피에 계란 노른자를 띄워준 다방 메뉴도 당시 인기 만점이었다.

우리 선조가 계란을 먹기 시작한 것은 닭을 사육하면서부터다. 삼국사기의 건국신화엔 알에서 태어난 인물이 다수 나온다. 수운잡방, 음식디미방, 증보산림경제 등 옛 조리서에도 수란·난탕(계란탕)·알찜·난적·수란채 등 계란을 이용한 음식이 여럿 소개된다. 고명의 재료로도 요긴하게 사용됐다. 각종 탕·찜엔 황백지단을 얹어 음식의 멋을 살렸다.

냉면의 고명 재료로도 썼다. 조선 시대부터 1960년대까지는 황백지단, 1970년대 후반 이후에는 삶은 계란 반쪽이 냉면과 환상의 커플을 이뤘다.

동의보감에도 등장한다. “성질이 평(平)하고 맛이 달다. 뜨거운 불에 덴 것과 간질로 인한 경련 증상을 없애주며 마음을 진정시킨다. 오장을 편안하게 하고 태동을 안정시킨다. 목이 멘 것을 트이게 하고 임신부의 유행성 열병을 낫게 한다. 노란 암탉이 낳은 계란이 우수하다고 하지만 검은 닭의 알이 더 좋다”는 대목이다.

중국의 계란 음식으론 피단(皮蛋)이 유명하다. 계란이나 집오리의 알을 소금·왕겨·깻묵 등을 섞은 진흙으로 싸서 6개월가량 발효시킨 음식이다. 충분히 발효되면 진흙과 알껍데기를 벗겨 냄새를 없앤 뒤 잘라서 대개 전채요리로 이용한다. 발효 후 껍데기를 벗기면 흰자가 검은색에 가까운 갈색으로 변해 있으며 투명하게 빛나는 것 같이 보인다. 모양이 마치 소나무 같다고 하여 송화단이라고도 부른다. 피단은 아미노산 함량이 생오리 알의 11배에 달할 만큼 일반 알에 비해 영양가가 높고 소화가 잘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본의 대표적인 계란 요리는 다테마키(계란구이)·다마고돈(계란덮밥)·오야코돈·오므라이스다. 새우 살과 생선 흰 살을 곱게 갈아서 체에 내린 뒤 간장·미림·소금·설탕을 넣어 만든 음식이 다테마키다. 일본인은 초밥집에서 다테마키와 초절임 고등어인 시메사바를 맛보면 그 집의 수준을 알 수 있다고 한다. 일본어로 ‘오야코’는 부모와 자식을 뜻하는데, 닭고기와 계란으로 만든 덮밥이 오야코돈이다. 전골요리인 스키야키를 날계란에 찍어 먹는 등 일본인은 계란을 다양한 요리에 이용한다.

대부분의 국내 소비자는 백색란보다 갈색란을 선호한다. 계란 껍데기의 색깔이 희면 맛이 없거나 영양이 부족하다고 여기는 것은 비(非)과학적이다. 계란 껍데기의 색깔은 어미 닭의 깃털과 귓불의 색에 의해 결정된다. 백색란은 대부분 흰색 레그혼종(種)이 낳은 알이다. 갈색란은 뉴햄프셔종·로드아일랜드종의 품종 간 교배를 통해 육종(育種)된 갈색 닭의 알이다. 계란 껍데기의 색깔은 단지 어미 닭이 흰 닭인지 갈색 닭인지의 차이일 뿐이다.

극히 일부 계란이 살충제 대사산물의 기준치를 넘겼다는 이유로 고단백 완전식품인 계란 구입과 섭취를 주저한다면 득보다 실이 많다.

한국식품커뮤니케이션포럼 대표

문화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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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란, 갈색란과 백색란은 색깔 차이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