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내년 한꺼번에 2개 시행
통계청 내부 “부적절·비효율”

정부가 내년에 분기별 가계 소득 조사를 2개나 시행하겠다고 밝혀 큰 논란이 예상된다. 세계 주요국 중에서 분기별로 가계 소득을 조사하는 나라는 사실상 전혀 없다.

19일 경제 부처에 따르면 세계 주요국 중에서 분기별로 가계 소득을 조사하는 나라가 없는 것은 물론, 월별로 조사하는 나라도 일본밖에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일본을 제외한 세계의 모든 주요국은 가계 소득 조사를 연간 기준으로 발표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통계청은 내년에 현재 시행 중인 ‘가계동향조사’(소득 부문) 외에 가계 소득과 지출을 통합한 새로운 ‘가계동향조사’(통합 가계동향조사)까지 2개의 분기별 가계 소득 조사를 한꺼번에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세계적으로 분기별 가계소득 조사를 2개나 한꺼번에 실시하는 나라는 우리나라가 유일한 것으로 알려졌다.

내년에 2개의 분기별 가계동향조사를 시행하는 데 드는 예산(정부 안)도 올해(28억5300만 원)보다 5배 이상으로 늘어난 159억4100만 원이 책정됐다.

그러나 통계청 내에서도 가계 소득을 분기별로 조사하는 것에 대한 부정적인 의견이 나오고 있다. 통계청에서 2005년부터 가계조사 담당 사무관을 3년 7개월간 지내고, 2010년부터 2년 8개월간 가계 소득 조사 등을 담당하는 복지통계과장을 역임한 김신호 통계청 조사기획과장은 최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개인 의견’을 전제로 “소득 분배의 분기별 분석은 부적절·비효율적”이라고 지적했다.

김 과장은 통계청이 통합 가계동향조사 방식으로 채택한 ‘가계부 작성 방법’(가계부를 적듯이 소득을 기재하는 방식)에 대해서도 “소득 조사를 위해 가계부 작성 방법을 이용하는 나라는 없다”고 단언했다. 요컨대, 통계청이 새로 도입하겠다고 밝힌 통합 가계동향조사의 분기별 조사나 가계부 작성 방식이 ‘글로벌 스탠더드’(국제 기준)에 맞지 않는다는 얘기다.

‘외부 입김’이 강하게 반영된 조사 방식 변경으로 통계청 직원의 고통도 가중되고 있다.

통계청은 가계 소득 조사 담당 실무자를 사무관 1명과 주무관 2명에서 최근 사무관 2명, 주무관 6명으로 늘렸다. 그러나 내년 1분기부터 기존에 시행해온 가계동향조사(소득 부문)와 새롭게 추가되는 통합 가계동향조사를 동시에 시행하기에는 인력과 예산 모두 크게 부족해 담당자들이 ‘살인적인 업무 강도’에 시달릴 것으로 보인다.

통계청 관계자는 “육체적인 고통보다 국가 공식통계기관인 통계청의 통계를 신뢰하지 않는 국민이 늘어날 수 있다는 생각에 정신적인 어려움을 호소하는 직원이 늘고 있어서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조해동 기자 haedo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