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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 전문가 제언

NLL 평화수역 조성 문제 등
韓·美동맹 해칠 합의는 안돼

종전선언·평화협정 관련 논의
비핵화 이뤄진 뒤에 진행해야

전문가들은 남북이 2018 평양 남북 정상회담에서 북한의 비핵화를 공식 의제에 올린 만큼 북한이 취할 조치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이 제시 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연내 종전선언 가능성까지 거론되는 상황에서 비핵화 조치 없는 합의를 해선 안 되고, 교착 상태에 빠진 북한 비핵화의 모멘텀을 살릴 방안을 모색하는 데 끝까지 집중해야 한다는 조언이다.

박병광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위원은 18일 통화에서 “비핵화에 대한 북한의 실질적인 조치와 약속, 즉 김정은 국무위원장으로부터 ‘언제까지 비핵화 신고서를 제출하겠다’는 식의 자발적 신고와 같은 약속을 이번 정상회담에서 받아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연구위원은 “경제 분야에서의 합의와 함께 군비통제에 대한 양측의 신뢰를 쌓을 필요도 있지만,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제재가 유지되고 있는 상황에서는 이런 약속을 아무리 하더라도 제재의 틀을 벗어나기 어렵다”면서 “한국은 계속해서 민족 공조와 국제 공조 사이에서 줄타기할 수밖에 없는 현실과 한계를 인정하면서 비핵화 약속을 이끌어 내는 데 집중하는 방향으로 회담을 끌고 가야 한다”고 말했다.

남북 관계는 최근 6개월 사이 정상회담이 세 번째 열릴 정도로 진전됐고, 그 사이 미·북 정상회담도 한 차례 열렸다. 이런 상황을 감안해 이번 회담에서 우리 정부가 핵 검증 약속과 같은 진전된 언급을 북한으로부터 반드시 끌어내되, 한·미 동맹을 해칠 수 있는 합의는 되도록 지양해야 한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북한은) 핵 동결 조치라든지 ‘핵물질 생산을 중단하겠다’ 정도의 초기 단계의 비핵화 조치를 이야기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그보다 중요한 것이 핵 신고와 검증인데 이런 것을 회피하는 이야기(회담)를 하면 큰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신 센터장은 또 “우리 정부 입장에서는 서해 북방한계선(NLL) 일대에서 평화수역을 조성하는 방안 등과 관련해서도 북측과 이번에 합의하고자 하겠지만, NLL 문제는 한·미 동맹과 연계된 사안임을 잊어선 안 된다”며 “북한이 이번 회담에서 이 부분을 남측에 어떻게 이야기하고 나올지 잘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정상회담에서 남북이 비핵화에 앞서 종전선언, 군축 등에 섣불리 합의할 가능성을 놓고 경계 섞인 시각도 내놨다. 윤덕민 전 국립외교원장은 “종전선언이나 평화협정 모두 비핵화가 이뤄진 다음에 논의해야 하는데, 우리는 ‘비핵화를 견인하기 위해 종전선언을 먼저 할 수 있다’는 생각이고 미국은 점점 ‘비핵화 전엔 종전선언도 없다’는 식의 이야기를 하고 있어 이번 회담에서 (남북이) 어떤 얘기를 나눌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군축 또한 비핵화가 선행한 후에 논의할 일인데 그 전에 우리의 재래식 무기에 대한 군비통제부터 운운하는 것이 과연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지킬 국가 입장에서 어떤 의미가 있는지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일부 전문가는 미국이 이번 남북정상회담에 별다른 기대를 하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내놨다. 이는 앞으로 북한 비핵화를 진전시켜 나가는 과정에서 미국의 적극적인 역할을 기대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부정적 전망으로도 연결된다. 제임스 김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다가오는 중간선거 등을 고려해 당분간 북한 문제보다는 대중 무역 문제 해결에 집중하기로 한 것으로 안다”면서 “미국도 ‘기대’는 하겠지만 (이번 평양 남북정상회담에서 비핵화에 대한 진전된 조치가 나올)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유진·박준희·유민환·김영주 기자 klu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