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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인영 서울대 명예교수·국제정치학

문재인 정부의 외교·안보 정책은 가치관과 이해관계 등에 따라 평가가 크게 다르다. 로마의 군사사학자 베게티우스는 ‘평화를 원하면 전쟁을 준비(대비)하라’는 경구를 남겼다. 문 대통령도 지난 14일 경남 거제에서 열린 중형 잠수함 ‘도산안창호함’ 진수식에서 “힘을 통한 평화는 우리 정부가 추구하는 흔들림 없는 안보전략”이라고 했다. 고무적이나, 문 대통령의 외교·안보 정책과 행태는 국내외에서 우려와 비판 대상이 돼 왔다.

문 대통령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제3차 남북 정상회담을 위해 서훈 국가정보원장 등 공식수행원 14명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특별수행원 52명을 포함한 각계각층 200여 명으로 구성된 방문단과 함께 2박3일 일정으로 18일 평양을 방문한다. 이번 회담의 결과가 좋기를 기대하지만 걱정이 앞선다.

문·김 3차 남북 정상회담이 염려스러운 이유는 많다. 우선, 국제 정세가 김정은에게 유리한 쪽으로 전개되고 있다. 북한은 남측 대표단을 평양으로 불러 회담 주도권을 쥐었는데, 이는 유리한 고지 선점이다. 그리고 미·중 및 미·러 갈등 심화 덕에, 북한은 중·러 모두의 지원을 받게 됐다. 특히, 중국과의 관계를 개선한 북한이 러시아 지원까지 받게 돼 협상에서 여유가 생기고 유리한 입장에 서게 됐다.

또한, 북한은 대(對)내·외적으로 딜레마에 처한 데다, 오는 11월 중간선거로 인해 속 타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제2차 미·북 정상회담 개최 희망을 반기며 활용할 수 있게 됐다. 핵과 미사일 개발에 성공한 북한이 2단계로 경제개발에 치중하는 전략을 수립·이행할 수 있게 된 점도 우리로선 부담이다. 미국 주도의 대북 제재에 직면한 북한은 진보 성향의 문 정권 출현으로, 한국의 대규모 대북 경제협력과 지원을 기대하고 있다. 그리고 한국 내 대북 여론 분열을 이용하는 북한은 전후세대 상당수가 남북관계 개선을 바라고 김정은에 대해 호의적이란 사실을 잘 알고 있다. 북한은 선전·선동 매체를 동원해 ‘우리민족끼리’라는 구호를 전파하고 효용 극대화를 도모하고 있다. 정신 바짝 차리지 않으면 안 된다.

다음으로, 준비가 제대로 안 된 상태에서 단기 방문을 통한 ‘비핵화’ 목적 달성 기대는 ‘희망적 사고’일 뿐이다. 북한은 결코 핵을 포기하려 하지 않을 것이며, 북핵은 미국과 협상할 문제라며 넘어가려 할 것이다. 북한은 회담에서 기정사실화와 시간 벌기, 기만, 환대 등 온갖 전략·전술과 수단·방법 등을 동원해 우리의 비핵화 핵심 공략을 어렵게 할 것이다.

평양회담에서 문 대통령은, ‘북한 비핵화’ 목표를 확고히 하고, 우선순위는 제재 대상인 대북 경협(經協)이 아니라 북한의 비핵화임을 분명히 해야 한다. 그리고 ‘종전선언’은 긴밀한 한·미 공조 사항으로서 핵시설의 신고·사찰 이행 진도에 따라 결정될 것임을 주지시켜야 한다. 그러면서 북한의 강력한 개혁·개방 드라이브와 심각한 인권유린 상태의 과감한 개선을 권고해야 한다. 그것은 북핵 협상의 강력한 지렛대가 될 것이다.

한편, 문 대통령은 남북관계 개선이 북한 비핵화와 미·북 관계 개선으로 이어진다는 ‘선순환적 사고’를 버려야 한다. 능력 이상의대북 경협 약속을 피하면서 통 큰 경협은 북한이 개혁·개방에 적극 나설 때 가능함을 설득하고, 북핵 문제 진전과 미·북 및 북·일 정상회담 대답 대신, 위험하고 민감한 종전선언과 서해 북방한계선(NLL) 일대 평화수역 조성에 합의하는 파국적 행위는 절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