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국회의원축구연맹과 미래혁신 포럼 주최로 17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베트남을 열광시킨 포용의 리더, 박항서 감독을 만난다’에서 박항서 감독이 사진 포즈를 취하고 있다. 김호웅 기자 diverkim@

- 국회의원들 상대 마이크 잡은 박항서 베트남 축구대표팀 감독

“체격 안되면 체력으로 승부 강조
한국 대표한다는 마음으로 노력
국민에게 행복 주는 정치 해주길”

“국민을 대표한다는 마음으로 노력해 왔습니다. 여야 의원들도 국민을 행복하게 하는 정치를 만들어 주길 부탁드립니다.”

이른바 ‘쌀딩크(베트남 히딩크)’신드롬을 일으키고 있는 박항서(59) 베트남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이 17일 국회에서 의원들을 상대로 마이크를 잡았다. 박 감독은 이날 김학용 자유한국당 의원 주최로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국회의원축구연맹·미래혁신포럼 초청 간담회에서 지난 1년간의 감독 생활에 대한 소회와 함께 대표팀을 성공으로 이끈 소회를 밝히며 이같이 당부했다. 지난해 10월 지휘봉을 잡은 뒤 베트남을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챔피언십 준우승, 2018 아시안게임 4강 진출로 이끌었다.

박 감독은 ‘파파(아버지) 리더십’에 대해 “내가 감독을 했기 때문에 베트남 축구에 큰 변화가 나타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면서도 “서로 언어가 통하지 않아 악수, 포옹 등 스킨십을 사용해서라도 선수단에 다가가려 했던 것이 오히려 그들의 마음을 움직였던 것 같다”고 밝혔다. 자신이 거둔 성과에 대해서도 “운이 많이 따랐다. 사실 아시안게임의 경우 현지 언론들도 큰 기대를 하지 않았었다”며 담담하게 말했다. 박 감독은 베트남 축구의 경기력뿐만 아니라 선수들의 마음가짐, 훈련 방식 등 많은 부분에서 변화를 주어 선수들로부터 강한 정신력을 이끌어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는 “훈련이나 경기 중에도 ‘베트남 정신’으로 상징되는 단결·투지·자존심을 강조하면 선수들의 눈빛부터 달라진다”며 “베트남 선수들의 목표 의식이 굉장하다”고 전했다. 박 감독은 이어 “나 자신도 국내에서 잘 풀리지 않았었기에 베트남에 가서는 모든 것을 내려놓고 철저하게 그들에 대해 공부했다”고 말했다. 그는 “베트남에 처음 갔을 때 선수들의 체력이나 근력이 부족해 고단백 식품을 식단에 많이 넣어 체지방을 늘리려 했다”며 “선수들도 자신의 체격이 다른 국가들에 비해 왜소한 것에 열등감을 가지고 있어 경기 때마다 ‘체격은 너희가 작을지 몰라도 체력은 한 수 위라는 것을 보여주자’고 용기를 북돋워 준 것이 주효했다”고 설명했다.

박 감독은 “베트남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이자 한국 국민으로서 한국과 베트남이 축구뿐만 아니라 문화, 경제 등 모든 분야에서 밀접한 관계를 이어갔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또 “베트남 국가대표 감독으로서 국민을 대표한다는 마음으로 노력해왔다”며 “이 자리에 계신 여야 의원들도 국민을 행복하게 하는 정치를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박 감독은 “한국은 내 조국이지만 승부는 승부이기에 다음에 한국과 붙는다면 이기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결의를 다졌다. 이날 행사에는 박 감독을 비롯해 이영진 베트남 축구 국가대표팀 수석코치와 김병지, 최진철, 송종국 등 2002년 월드컵 4강 신화의 주역들도 함께 참석했다.

이희권 기자 leeheke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