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韓銀 동경사무소 ‘日기업 이익잉여금 6년연속 사상최고’ 동향 분석

작년말 446조4000억엔 달해
정치권 “금고열라” 압박 안해
고용안정 선호 노조도 불간섭
올해도 신기록 행진 이어질 듯
설비투자는 7분기 연속 증가세

최근 더불어민주당 등 범여권 일각에서 대기업의 사내 유보금을 문제 삼은 가운데 수출 경쟁국인 일본의 기업 내부 유보금 역시 사상 최고를 경신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일본 기업에 대한 인건비 인상 부담이 크지 않은 데다 노동계가 임금 인상보다 고용 안정에 주력하는 등 기업이 느끼는 ‘외부 압박’이 한국과는 다른 상황이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17일 한국은행 동경사무소가 최근 서울 본사에 보고한 ‘일본 기업의 경상이익 및 내부유보, 사상 최고 기록’이라는 동향 분석 자료를 보면, 일본 기업은 경상이익 급증에 힘입어 사내 이익잉여금, 즉 내부 유보금(유보액)이 지난해 말 446조4000억 엔으로 6년 연속 사상 최고치를 경신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매출액 대비 경상이익률은 2010년 이후 상승세를 지속해 2017년 5.4%를 기록, 2004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지난 2분기엔 7.7%로 더 상승해 올해 내부 유보금의 신기록 행진은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한은의 보고서 중 가장 눈길을 끄는 대목은 일본 기업의 대호황 분위기 속에서도 일본의 노조와 국민, 정치권이 ‘금고를 열라’는 식으로 민간 기업의 경영권을 압박하는 모습은 엿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실제 한은은 “일본 기업들이 향후 경영환경 악화 가능성에 대비하기 위해 인건비 인상에 미온적인 데다 임금 인상 압력도 높지 않기 때문에 당분간 내부 유보금 증가세는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일본 기업이 느끼는 임금 인상 압박이 높지 않다는 사실과 관련, “일본의 노조는 임금 인상보다는 고용 안정을 선호하고 있는 데다 일반 국민의 현재 소득과 생활에 대한 만족감이 높다는 점도 기업이 임금 인상에 소극적인 요인”이라고 한은은 설명했다. 한은에 따르면 일본 내각부가 지난 8월 조사한 국민생활에 관한 여론조사에선 ‘현재의 소득과 수입에 대해 만족한다’는 비율이 51.5%로 절반을 넘어섰고, ‘현재의 생활에 만족한다’는 비율도 74.7%에 달했다.

임금 인상 압박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일본 기업은 높은 내부 유보금을 쌓아두면서도 설비투자를 늘리는 것으로도 나타났다. 지난해 45조4000억 엔으로 사상 최대 규모였고, 올해 2분기 중에도 지난해보다 12.8% 늘어난 10조6000억 엔을 투자해 7분기 연속 증가세를 유지했다.

한 국내 경제단체 고위 관계자는 “한국 기업들은 글로벌 시장에서 싸우지만, 한국 내 반기업 정서하고도 싸움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만용 기자 my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