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대책 재점검 조언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국내 상황이 진정국면에 접어들고 있지만, 다른 추가 감염 유입 환자가 발생할 상황에 대비해 기존 방역대책을 재점검해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나오고 있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14일 “이번뿐 아니라 앞으로도 메르스가 또 들어올 가능성이 높은데 그때마다 매번 놀라고, 걱정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선 여전히 공항에서 즉시 격리가 중요하다”며 “3년 전보다 나아졌지만 지침에 매몰돼 지침대로만 할 게 아니라 개선할 점은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중동에서 장기체류하는 국민을 대상으로 ‘특별 스크린’의 필요성을 조언했다. 그는 “국제 메르스 유입사례를 보면, 중동 지역 비즈니스 종사자, 중동 지역 병원 의사, 간호사 등 장기간 체류자가 대부분”이라며 “중동 왕래자 중에서도 오염 가능성이 높은 군을 목표로 정해 검역 적용의 융통성을 발휘하고, 집중적으로 교육·홍보해 감염 가능성을 인지토록 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세계보건기구(WHO) 등의 검역 기준만 맹신하지 말고 국내 상황에 맞는 기준을 정립해야 한다고 김 교수는 제안했다. 김 교수는 “WHO의 발표를 바라보고만 있지 말고, 우리나라도 감염병이 들어올 가능성이 높은 중동, 또는 조류독감인체감염병 등이 있는 중국 등에 질병관리본부 방역관을 주재시켜야 한다”며 “그들이 해외 기구에서 공식적으로 내는 자료보다 먼저 현지 분위기 등을 통해 위험 가능성을 파악하고 미리 대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역학조사를 놓고 이번에도 논란이 일었는데 역학조사를 세련되게, 정확하게 할 수 있는 방법은 역량의 문제”라며 “현재 질병관리본부의 역학조사관들은 계약직으로 장기근무를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어서 역량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엄 교수는 “2015년에 수없이 강조했음에도 불구, 역학조사관 관련 예산과 인력이 제대로 배정되지 않았고, 국회에서도 80~90% 삭감된 상황”이라며 “이는 마치 신병훈련소를 갓 수료한 신참 군인에게 소총 하나 쥐여주고, 대규모 특수부대를 막으라는 거와 다를 바 없다”고 지적했다. 엄 교수는 “그런 상황에서 질병관리본부와 검역소를 비판해선 안 된다”고 조언했다. 김 교수와 엄 교수는 지난 2015년 메르스 사태 때 대한감염학회 차원에서 즉각대응팀장과 팀원으로 활동한 메르스 전문가다.

이용권 기자 freeus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