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소득층선 불법 미백제 확산
납·수은 등 독성물질 포함돼
나이지리아선 女 77% ‘미백’
2세미만 아동까지 부작용 겪어

아프리카 여성들이 피부미용을 위해 독성이 강한 피부 미백제를 광범위하게 사용하는 것은 물론 아이들까지 바르게 해 심각한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다. 특히 저소득층이 주로 쓰는 저가제품의 경우 품질 검증도 제대로 받지 않아 부작용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13일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서아프리카 나이지리아의 병원에서 2세 미만 아이들이 피부 미백에 따른 부작용으로 치료를 받는 사례가 크게 증가하고 있다. 자신의 아이에게 피부 미백을 받게 했던 한 나이지리아 여성은 인터뷰에서 “보다 하얀 피부로 만들기 위해 스테로이드 크림과 시어 버터 등을 섞어 (아이 얼굴에) 발랐는데 종기가 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아프리카에서 나이지리아 여성 중 77%가 미백 화장품을 사용하고 있으며, 토고는 59%, 남아프리카공화국은 35%의 여성이 미백 제품을 사용하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부유층의 경우 병원, 약국을 통해 안전한 미백제를 구입하고 주의사항을 듣지만 저소득층에서는 수은이 들어간 제품을 구입하기도 하고 심한 경우 불법 주사제를 통해 피부를 하얗게 만드는 경우도 적지 않다. AFP통신에 따르면 나이지리아의 월 최저임금은 50달러(약 6만 원) 수준이지만 정식 유통되는 미백 화장품 가격은 15∼55달러에 달한다. 레스터 데이비드 남아공 프리토리아대 생리학 교수는 “나이 든 세대는 크림을 사용하지만 젊은층에서는 약과 주사제를 사용해 피부를 하얗게 만드는 사례가 늘고 있다”며 “시간이 지나면서 몸에 독성이 축적될 가능성이 크다”고 경고했다.

특히 젊은층을 중심으로 불법 미백제가 유통되는 사례가 늘고 있는데 해당 제품에는 염료 합성세제, 사진현상제 등의 원료로 쓰이는 하이드로퀴논과 스테로이드, 수은, 납 등이 포함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나이지리아 마약통계국은 “불법 미백제는 호흡기와 신장, 생식기 등에 손상을 줄 수 있다”고 경고하고 단속에 나서고 있지만 미백 열풍을 막기는 역부족이다.

피부색에 대한 편견을 강화한 식민지 시대 영향으로 미백 제품 사용이 확산하는 가운데 본래 피부색을 당당히 가꿔 나가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케냐 출신의 세계적 슈퍼모델 아주마 나세냐나는 AF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아프리카에서는 하얀 피부가 더 아름답다고 생각하지만 내 아름다움은 해외에서 더 많이 받아들여지고 있다”며 “세계는 변화하고 있으며 우리 피부색을 다시 평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철순 기자 csjeong1101@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