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에 합격하고 입사하기까지 시간이 남아 가장 가고 싶었던 나라로 여행을 하기로 했다. 크로아티아였다. 동유럽 감성이 물씬 나는 그곳의 사진을 한 장 접하고 나서 수년간 시간과 여유가 생기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렇게 2주간의 크로아티아 여행을 다녀온 것도 벌써 5년이 다 되어가고 비행을 시작하면서 수많은 나라와 도시를 다녀봤지만 아직까지도 내 마음속 1순위 여행지는 여전히 크로아티아다. 신혼여행지로 다시 찾고 싶다는 생각도 많이 한 곳이다. 이따금 다시는 갈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그리워지기도 했다.

그러던 중 신규 취항지로 크로아티아 자그레브가 선정돼 올해 9월부터 운항을 시작한다는 소식을 들었고 언젠가는 비행으로 방문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굉장히 들떠있었다. 그리고 정말 감사하게도 취항 후 세 번째로 운항하는 편수에 우리 팀이 배정돼 방문하게 됐다. 바쁜 성수기를 보내는 중이었고 빠듯하게 이어지는 스케줄 탓에 조금은 지쳐있던 여름이었다. 하지만 조금만 참으면 그토록 기다리던 크로아티아에 다시 가게 된다는 사실만으로도 왠지 모를 힘이 나고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는 기다림이었다.

그렇게 기다리던 그날이 돼 비행기에 올라 승객을 맞이할 준비를 했다. 다른 유럽과 조금 달랐던 건 아직 정식 취항을 한 지 얼마 안 돼서 그랬는지, 승객들이 직항 편에 대한 고마운 마음을 표현함과 동시에 아직은 생소한 여행지에 대한 질문을 굉장히 많이 했다는 것이다. 나이가 많으신 분들도 꽤 많이 계셨는데 아마 경유를 해서 가는 거면 여기는 평생 못 갈지도 모르겠다고 하시며 고맙다는 말씀을 하시는데 아무것도 한 게 없는 나지만 왠지 모를 뿌듯함이 느껴지기도 했다.

“아직 취항한 지 얼마 안 돼서 크로아티아는 잘 모르시죠?”

다른 곳에 갈 때는 어디가 좋으냐고, 뭐가 맛있냐고 자연스럽게 물어보시던 분들도, 이번엔 조심스럽게 물어보시기도 했다. 이럴 때는 내가 여행을 갔던 게 다행이라고 느껴지기도 한다. 기내에서 승객들과 꽤 많은 이야기를 나누는 편인데 대부분 해당 여행지에 대한 이야기다. 그러면서 길게 여행하실 분들에게 이곳저곳을 추천해드리며 대리만족을 하기도 하고, 다녀오신 분들과는 공감대를 형성하며 추억을 나누기에 바빴다.

“정말 좋아요. 제가 이곳저곳 정말 많이 다녀봤지만, 아직도 제가 1순위로 생각하는 나라가 크로아티아예요.”

자신 있게 말씀드렸다. 그리고 사진찍기 좋은 포인트와 맛집도 공유해드렸다. 물론 현지에 도착해서는 팀원들과 어디에 갈지 정하고 돌아다니기 바빴지만 그렇게 고민하고 있는 그 순간에도 내가 크로아티아에 있다는 사실만으로 너무 행복했다. 신규 취항지는 일하는 우리에게도 굉장히 신선한 자극을 준다.

비록 짧았지만 다시 방문한 크로아티아의 모습은 또다시 선명한 기억으로 각인됐다. 다음에는 또 어떤 승객들을 어떤 신규 취항 편에서 만나게 될지 굉장히 기대되고 기다려진다.

대한항공 승무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