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기 10년 교훈’심포지엄

“재정 악화 · 부채 누적이 원인
‘보이지 않는 손’ 한계 왔다고
‘보이는 주먹’ 쓰려 해선 안돼”

글로벌 금융위기를 촉발한 리먼브러더스 파산 10주년을 하루 앞둔 가운데, 한국도 여전히 ‘제2의 금융위기’ 가능성이 작지 않다는 국내 전문가들의 지적이 나왔다. 갈수록 악화하는 주요 국가들의 재정과 정부 부채는 물론, 우리나라의 실물경기 체력 부족 및 과도한 시장 개입을 경계해야 한다는 것이 이들의 해석이다.

13일 서울 중구의 한 호텔에서 열린 ‘글로벌 금융위기 10년-교훈과 정책과제’ 심포지엄에서 전광우 전 금융위원장은 기조 강연을 통해 “글로벌 금융위기는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에서 시작됐고, 우리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가장 빨리 위기를 극복했다고 알려져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지금 아무 문제가 없다고 진단하는 것은 현실을 제대로 보지 못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전 전 위원장은 이명박 정부의 초대 금융위원장으로서 글로벌 금융위기를 경험한 바 있다.

전 전 위원장은 “또다시 독감의 시기가 왔다”면서 “아르헨티나, 터키 등 신흥국 금융위기와 더불어 경고음이 울린 중국 경제, 미국 정책금리 인상 같은 변수에 대해 우리 실물경제가 얼마나 건강하게 대응할 수 있을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정책 우선순위를 경제 체질 개선과 체력 강화에 두지 않는다면 위기는 또 올 수 있다”면서 “10년 전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도 그 배경에 재정 악화와 부채 누적이 있었다”고 지적했다.

전 전 위원장은 “‘보이지 않는 손’인 시장이 한계를 보인다고 해서 ‘보이는 주먹’으로 대체하면 안 된다”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의 교훈은 기업 활동과 성장을 촉진하는 정책이 필요하지만, 정부가 필요 없는 부분까지 나서면 안 된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성장·고용·물가 같은 경제지표가 좋지 않으면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게 되는데, 이런 과정에서 규제도 강화하고 민간 부문에 손대려는 유혹이 생기므로 상당히 조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제윤 전 금융위원장도 같은 행사에서 “10년 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에는 주요 20개국(G20) 국가들이 외환위기 취약국의 일시적 유동성 위기에 대응할 수 있도록 글로벌 금융안전망 장치를 마련하면서 손을 잡았지만, 지금은 미국 정부가 결코 다자협력에 우호적이지 않은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이날 축사를 한 고형권 기획재정부 차관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우리 경제가 겪은 어려움을 외부 탓으로만 돌릴 수 없다”며 “주요국 정책금리가 낮고 정부 부채 비율이 높아 새로운 위기가 닥칠 경우 통화·재정정책 여력이 턱없이 적어 재차, 삼차 대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만용 기자 my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