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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재영 건국대 교수 부동산학

2014년 하반기만 해도 서울·수도권에서 “누가 돈이 없어서 집 못 사나?” 하는 말을 흔히 접했다. 집값이 오르지 않을 것 같으니까 많은 사람이 집을 사기보다는 마음에 드는 집에 전세 드는 쪽을 택했다. 그러나 불과 3∼4년 만에 분위기가 완전히 바뀌어 집값 때문에 정권이 휘청거릴 정도로 민심이 동요하고 있다.

10여 년 전에도 주택정책의 실패가 두드러졌지만, 그때와 비교해보면 대중의 이해가 더 세련됐다. 당시에는 “결과야 어떻든 무조건 더 센 대책을 내놓으라”는 주문이 대부분이었다. 지금은 “수요·공급의 원리를 무시한 정책의 부작용이 크다”는 의견이 많다. 대중의 학습 효과는 큰데, 정부는 여전히 오늘 내놓은 정책을 내일 뒤집는 해프닝을 반복하고 있다.

정부·여당에서 중구난방 띄우는 풍선들을 보면 정책 의도를 짐작하기 어려울 정도다. 예를 들어, 3% 종부세는 주택의 잠재적 임대수입(전세금의 이자 상당액)을 초과해 원본을 잠식할 우려가 있다. 매년 이런 세금을 매기면 사유재산을 몰수하는 결과가 되는데, 그런 체제를 향해 갈 이유는 무엇인가? 토지 공개념(公槪念)이 또다시 언급되지만, 토지공개념연구위원회 보고서에서부터 지금까지 공개념은 재산권에 대한 일반적인 제한을 벗어난 다른 의미를 갖지 못한다. 공개념은 공(空)개념이다. 게다가 우리나라는 공공에 의한 토지 매수와 수용이 워낙 광범위하게 허용돼 있어서 공공사업에 장애가 거의 없다. 기타, 분양원가 공개나 후분양 등도 모두 실패한 제도들이다.

다른 시장들과 마찬가지로 주택시장은 좋기도 하고 나쁘기도 하다. 2015년까지 7∼8년 바닥을 헤매던 서울 주택경기가 그 후 좋아진 건 지극히 정상이다. 지금 천장이 없는 듯 가격이 오르지만, 조만간 충분히 올랐다는 공감대가 퍼질 것이다. 그런 경기의 부침 가운데 이익을 보는 사람도 있고 손해를 보는 사람도 있겠지만, 이 또한 다른 영역에서도 마찬가지다. 정부는 주택경기를 조절한다며 국민을 괴롭히지 말고, 해야 할 일에 주력해야 한다.

주택정책의 첫 번째 존재 이유는, 모든 국민이 인간다운 생활을 할 수 있는 최소한의 주거를 누리게 하는 것이다. 강남의 25억 원짜리 아파트를 20억 원으로 내린다고 해서 저소득층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보다는 ‘누구나 결혼 후 7년 이내에 1시간 이내 출퇴근 거리에서 적정 가격으로 양질의 주택을 분양받거나 임차할 수 있도록’ 하는 식의 약속을 하고, 이를 바탕으로 택지개발 및 주택공급 정책을 세우는 게 바람직하다.

둘째로, 그린벨트를 푸느니 마느니 논란이 있지만, 꼭 집을 지어야만 주택공급 대책이 아니다. 수도권 외곽의 집들도 광역교통 인프라가 확충되면 충분히 서울주택의 대체재가 될 수 있다. 교통망이 좋아지고, 덧붙여 자사고나 외고를 다수 설립해 자녀 교육 걱정을 없애준다면, 서울의 주택 수요 압력은 크게 줄어들 것이다.

셋째로, 다주택자나 고가 1주택자들을 괴롭힐수록 좋다는 착각에서 벗어나야 한다. 재건축을 촉진했더라면 강남 새 아파트의 가격 상승이 덜했을 것이다.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세를 자제했다면, 시장에 매물이 더 많이 풀렸을 것이다. 임대사업자 혜택을 줄이면 조만간 임대주택 대란이 벌어질 가능성이 크다. 정부의 시각과 대책이 노무현 전 정부 때와 전혀 달라진 게 없는 것은 주택정책을 진영 논리로 풀기 때문이다. 그러나 주택 문제는 내 편·네 편의 문제가 아니라, 수요·공급이라는 경제적 인과관계로 풀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