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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장 버스 우회시킬때 안전 소홀
최근 4년간 교통사고 869건 발생

시민들이 빠르고 편리하게 대중교통을 이용하도록 만들어진 중앙버스전용차로 안전에 빨간불이 켜졌다.

최근 서울 마포구 아현동의 중앙버스전용차로 버스정류장에선 운행 중이던 A 버스가 고장으로 멈춰 섰다. 승객 일부는 버스정류장 근처 지하철 5호선 애오개역으로 발길을 돌리는 등 불편함을 겪어야 했다. 설상가상으로 ‘1차선’인 데다가 우회로가 없는 중앙버스전용차로 버스정류장 특성상 뒤따르던 버스가 줄줄이 막혔다. A 버스 기사는 황급히 버스정류장으로 진입하려는 다른 버스를 중앙버스전용차로가 아닌 일반 차로로 우회시켰지만, 삼각대를 세우지 않는 등 시민들의 안전 관리엔 소홀한 모습이었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이재정(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4년부터 2017년까지 중앙버스전용차로에서 발생한 교통사고는 총 869건에 달했다. 2014년 292건, 2015년 200건, 2016년 168건으로 줄어드는가 싶더니 2017년 209건으로 다시 증가했다. 사고로 사망한 사람은 35명이었고, 1962명이 다쳤다.

10일과 11일 이틀간 살펴본 서울 종로구와 마포구, 서대문구 일대 중앙버스전용차로에선 위험천만한 상황이 계속 발생하고 있었다. 특히 지난해 12월 중앙버스전용차로가 완공된 종로구 세종대로∼흥인지문에 걸친 2.8㎞ 구간엔 직장인들과 인근 상인, 일반 시민들이 엉켜 아찔한 순간이 빈번하게 연출됐다. 가장 눈에 띄는 건 신호위반이었다. 인도에서 중앙버스전용차로 버스정류장까지의 건널목은 일반 건널목의 절반이다. 이 탓에 빨간불인데도 버스를 타기 위해 도로로 뛰어드는 시민들이 많았다. 종로1가에서 직장을 다니는 이모(28) 씨는 13일 “특히 더운 여름엔 버스를 기다리는 일 자체가 고역이었다”며 “무리를 해서 버스를 잡는 경우가 많았다”고 말했다.

중앙버스전용차로 버스정류장에 줄줄이 늘어선 버스를 타기 위해 타인을 밀치고 뛰어가는 일도 다반사였다. 중앙버스전용차로로 내려와 버스로 달려가는 시민들도 있었다. 이렇다 보니 출근길과 퇴근길 직장인이 몰리는 시간엔 비좁은 중앙버스전용차로 버스정류장에서 승강이가 벌어지기도 한다. 이 의원은 “중앙버스전용차로에 대한 실질적인 안전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정류장에 관련 안내문 등을 설치하고, 운전기사 또한 사고가 발생했을 시 삼각대를 반드시 설치하고 다른 버스의 우회를 안내하는 등의 조치를 의무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손우성 기자 applepi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