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병원·서울성모병원 등
위탁·협력운영… 현지인 접촉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확진자 A(61) 씨의 감염원이 쿠웨이트 병원일 가능성이 큰 가운데 A 씨 외에도 중동 지역에서 국내 의료진이 상당수 근무하고 있어 면밀한 대응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현재 서울대병원은 물론 서울성모병원 등 국내 다수의 병원이 중동에 진출해 위탁 또는 협력 등의 방식으로 병원을 운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A 씨에게 전파된 국내 2차 감염자는 아직 나타나고 있지 않지만, 현지 환자를 빈번하게 상대하는 의료 종사자들의 감염도 우려되고 있다.

김우주 고려대 감염내과 교수는 13일 “A 씨가 설사로 인해 쿠웨이트에서 두 차례 병원에 갔고, 설사를 시작한 게 꽤 오래전인 점을 고려해보면 추정컨대 설사도 메르스 때문이 아니라 설사병으로 병원에 갔다가 메르스 환자와 접촉하면서 감염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2015년 메르스 감염 사례를 보면 대부분 병원에서의 2차 감염이 많았다. 병원을 찾은 환자는 물론 병문안객, 환자를 치료하는 의사, 간호사의 감염도 많았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중동지역에 다수 파견된 국내 의료진의 감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서울대병원은 아랍에미리트(UAE) 왕립 셰이크 칼리파 전문병원을 위탁 운영하고 있으며, 서울성모병원은 아부다비 마리나 건강검진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이외에도 다수의 병원이 중동 진출을 타진하고 있어 추가 병원 건립이 예정돼 있다. 김 교수는 “부산에서 의심환자로 분류됐던 여성도 중동에서 근무했던 간호사”라며 “중동에서 의사와 간호사 등으로 장기 체류하는 이들을 위주로 방역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메르스 감염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정부 방역대책도 중요하지만, 국민도 메르스에 대한 경각심을 갖고 검역과 방역 등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고 조언한 바 있다.

한편, 이날 현재까지 격리 중인 메르스 밀접접촉자는 하루 전과 같은 21명(서울 10명, 인천 7명, 경기 2명, 부산 1명, 광주 1명)이며, 능동감시 중인 일상접촉자는 7명 줄어든 428명이다. 이 가운데 메르스 증상을 호소해 의심환자로 분류된 환자는 11명(밀접 1명, 일상 10명)이며, 현재까지 검사를 완료한 10명은 음성으로 나타났다. 나머지 1명은 검사 중이다.

이용권 기자 freeus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