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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학진흥원 史料 소개 눈길

관청과 지역 士族 힘 겨루기
남의 땅 몰래 묻는 ‘투장’도

‘조선 시대 명당에 묘를 쓰는 것은 효도이고 가문의 미래를 위한 일이었을까. 아니면 가족 이기주의였을까.’

추석을 앞두고 벌초객 행렬이 이어지는 가운데 조선 시대 묏자리 명당을 차지하기 위한 경쟁과 분쟁이 소개돼 눈길을 끌고 있다. 11일 한국국학진흥원이 조선 시대 가문 이야기 ‘명당’을 주제로 펴낸 스토리 테마파크 웹진 ‘담(談)’ 9월호에 따르면 명당을 찾기 위한 풍수는 조선 전기 도읍지·절터·집터를 정하는 양택(陽宅)에서 조선 후기 조상의 묏자리를 찾는 음택(陰宅)으로 변화하면서 좋은 묘를 쓰려는 욕심에 남의 땅에 몰래 시신을 묻는 ‘투장(偸葬)’ 행위가 비일비재했다. 과학적으로는 좋은 묏자리는 땅에 묻힌 유해가 자연으로 잘 돌아갈 수 있는 곳이지만, 이 시대에는 조상의 시신을 좋은 곳에 안치해 관리하는 일은 자손의 도리이고 가문의 권위와 위상, 미래가 걸려 있는 문제로 여겼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대부분 국유지였던 임야는 집안에서 명당을 찾아 앞다퉈 투장하면서 급속도로 사유화됐다. 또 사유지에는 봉분하지 않고 거칠게나마 흙을 덮어두기만 하면 땅 주인이 함부로 무덤을 파헤칠 수가 없었다고 한다.

이 같은 문제로 땅 주인들이 관청에 억울함을 호소하는 묏자리 민사사건(산송·山訟)도 빈번했다. 하지만 관청은 이장(移葬) 집행 판결을 하고도 강제력은 발휘하지 않아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했다. 오히려 집안이 권력을 이용해 버티면서 산송은 특정 집안 간 100∼200년 동안 계속되거나 관청과 지역 사족(士族) 간 힘을 겨루는 ‘향쟁(鄕爭)’도 벌어지기도 했다. 한국국학진흥원은 이러한 내용을 청대일기, 조성당일기, 계암일록, 하와일록 등 조선 시대 가문의 각종 일기류를 분석해 소개했다.

한국국학진흥원 관계자는 “이제는 매장에서 화장으로 장례문화가 바뀌어 명당에 관한 관심이 줄고 있다”면서 “추석 연휴 가족이 차례를 지내고 화목을 나누면서 서로 행복을 빌어주기 위해 모인 자리가 명당”이라고 말했다.

안동 = 박천학 기자 kobbl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