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체육관광부가 동학(東學)농민혁명 유족 등록사업 지속을 위한 내년도 예산 3억 원을 편성해 국회 의결을 기다리고 있다고 한다. ‘대한제국’ 국호도 선포되기 3년 전의 조선시대인 1894년까지 거슬러 올라가 ‘명예 회복’ 명분으로 국민 세금을 낭비하는 현실을 지켜보는 심정은 참담하기까지 하다. 문체부 장관 소속 ‘동학농민혁명 참여자 명예회복심의위원회’의 지난 5일 유족 등록 업무 시작을 두고, 시민들이 “이러다 고조선까지 올라가겠다” “임진왜란과 홍경래의 난 피해도 보상해야 하나” 등으로 개탄하는 이유다.

노무현 정권 때인 2004년 ‘동학농민혁명 참여자 등의 명예회복에 관한 특별법’ 제정부터 시대착오였다. 그 법에 따라 참여자 3644명, 고손자까지 후손으로 인정한 유족 1만567명의 등록으로 해당 사업은 2009년 종료됐다. 그런데도 더불어민주당의 호남 출신 의원들 주도로 지난해 12월 19일 시한을 두지 않도록 한 개정 법안을 국회에서 통과시켜 지난 3월 20일 시행한 것은 더 황당하다. 동학혁명 후손에게 독립유공자 후손에 준하는 보상금을 지급하는 법안까지 2013년에 발의했던 당시 민주당 발상의 연장선이다.

미완의 혁명인 동학농민운동은 혁명적 성격과 역사적 의의가 교과서 등을 통해 교육되고 있다. 동학군이 관군과 맞선 최대 격전지인 충남 공주 우금치 등 주요 유적지에 위령탑·기념탑도 건립됐다. 명예 회복은 이미 이뤄졌다. 국회는 이제라도 특별법 폐기를 서둘러 국력 소모를 줄여야 한다. 문체부도 사업을 중단하고, 예산안을 철회하는 것이 옳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