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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팅방에 ‘선불 유심칩’ 광고
“추적 걱정 말라” 설명까지도
선물옵션투자 계좌 대여 유혹
청소년 겨냥 주민증 위조 성행

대포폰, 대여 계좌 등 범죄에 활용될 수 있는 물건들이 버젓이 카카오톡 오픈 채팅에서 판매되고 있다. 성인들은 물론 청소년들도 쉽게 구매할 수 있어 범죄로 유입되는 문턱이 낮아진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술과 담배를 구입하려는 10대들을 겨냥한 주민등록증 위조사업도 성행하고 있다.

카카오톡 오픈 채팅 검색 창에 ‘대포’라는 단어를 검색하면 ‘선불 유심 팝니다’ ‘개통 완료된 선불폰 팝니다’ ‘바로 사용 가능한 선불 유심 문의 받아요’ 등의 채팅방이 나타난다. 선불 유심은 요금을 미리 충전한 유심칩을 공기계에 끼워 사용하는 방식으로 불법이다. 문화일보 취재진이 직접 오픈 채팅을 통해 대포폰을 문의하자 1분도 되지 않아 “몇 개가 필요하냐”는 답변을 받을 수 있었다. 1개를 구매할 경우 16만 원이며 전화·문자 무제한에 데이터 300메가바이트(MB)를 쓸 수 있다고 설명했다. 중고 휴대전화를 구입해 공기계에 선불 유심을 꽂으면 추적이 되지 않고, 통신사에 맞는 유심을 보내주겠다고 자세히 알려주기도 했다. 다른 사람 명의의 선불 유심칩 거래는 엄연한 불법으로 전기통신사업법 제30조에 따라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선물옵션 투자를 위한 계좌를 대여해준다는 채팅방은 몇십 개가 검색됐다. ‘아직도 안 쓰세요? 대여 계좌’ ‘안전한 계좌 대여 추천’ ‘선물옵션 최저 수수료 안전계좌 추천’ 등 광고 글이 많았다. 일반투자자가 선물옵션에 투자하려면 수천만 원 규모의 기본예탁금이 있어야 하며 금융투자협회에서 30시간 이상의 교육을 받고 한국거래소에서 50시간 이상의 모의거래 과정을 이수하는 까다로운 절차를 거쳐야 한다. 하지만 오픈 채팅방에서는 ‘계좌를 빌려 적은 돈으로 쉽게 선물 옵션에 투자할 수 있다’며 투자자들을 유혹했다. 계좌를 빌려주거나 이를 광고하는 행위 역시 불법이다. 게다가 돈을 입금하면 연락을 끊는 등 사기를 당할 가능성도 높다.

10대들을 겨냥해 주민등록증을 위조해 주는 채팅방(사진)도 활개를 치고 있다. 주민등록증 위조는 주로 청소년들이 술과 담배를 살 때 이용한다. ‘민증(주민등록증) 제작 24시간 문의’ ‘민증 제작, 술·담배 대리 구매 가능’ ‘민증 제작 5만 원입니다’ 등의 문구를 걸고 장사를 하고 있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7일 “오픈 채팅 등 사이버 범죄는 쉽게 잡히지 않을 것이라는 인식 때문에 점점 더 기승을 부리고 있다”며 “기업들이 지속적이고 철저하게 모니터링을 하는 등 자체 규제를 강화해 불법적인 상품들이 쉽게 유통되지 않게 만드는 노력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윤명진 기자 jinieyoo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