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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과 자연과학은 한편이다. 철학의 주된 물음은 ‘우리는 누구인가’ ‘우리는 어디서 왔는가’이다. 이 물음에 대한 답을 줄 수 있는 것은 아마 철학이 아니라 과학일 것이다. 그러나 철학 없이는 자연과학의 수많은 결과물에 제대로 가치를 매길 수 없다.” (11쪽)

오스트리아 여성 과학자 레네 슈뢰더와 작가 우르젤 넨트치히는 ‘인간의 발명’(은행나무)에서 철학과 자연과학은 떨어질 수 없는 한몸이라고 이야기한다. 이과·문과 통합을 이야기하는 시대에 특별할 것 없는 이야기 같지만, 생명과학,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등에 이끌려 새로운 과학의 시대로 들어서는 우리에게 매우 특별하고 긴요한 조언이다. 지난해 오스트리아 과학도서상 수상작인 책은 인류는 이제 ‘두 번째 계몽’에 직면했다며, 이를 위해 철학과 과학이 두 지렛대가 돼야 한다고 밝힌다.

이들은 인류는 자신을 ‘발명’해왔다고 주장한다. 직립보행으로 뇌가 급속히 발달해 존재하지 않는 것을 생각하게 된 이후 인류는 단순한 진화의 룰에서 벗어나 끊임없이 발명의 일로를 걸어왔다는 것이다. 뗀석기와 간석기, 언어와 신을 발명했고, 증기기관과 인터넷을 거쳐 드디어 인간이 인간 스스로를 개량할 상황에 이르렀다.

책에 따르면 인류 역사에는 두 번의 큰 전환점이 있었다. 하나는 인간의 뇌가 자연에서 살아남는 데 도움이 되는 물건들을 만들어낼 정도의 발달을 이룬 약 7만 년 전이고, 또 다른 하나는 인간이 스스로 무지를 깨달음으로써 학문의 시대를 향해 나아간 ‘계몽’이다. 이는 과학혁명으로 이어져 아이작 뉴턴 때에 정점을 이뤘다.

그 결과, 인류는 이제 스스로 인간에 대한 정의를 내리고 인간을 형성할 수 있는 도구를 손에 쥐게 됐다. 하지만 이 ‘과학적 진보’가 인류를 사실상 멸망에 이르게 할 수도 있다는 전망 앞에, 우리는 이제 스스로를 돌아보고 우리의 무지를 깨닫는 제2의 계몽이 필요하다고 제언한다. 그 핵심은 바로 ‘책임’을 지는 것이라고 한다. 우리의 행위에 대한 책임과 그 책임의 연대. 과학적 결과물에 대한 철학적 가치를 판단하고 기술의 발전에 따라 윤리와 규범을 개발하는 것, 그것이 바로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해 지금 우리가 할 일이라고 했다. 272쪽, 1만5000원.

최현미 기자 ch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