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최광 성균관대 초빙교수 前 보건복지부 장관

지금 한국 경제의 문제는, 활력이 넘쳐야 할 기업이 탈진한 상태인 데다 수동적 입장이어야 할 정부가 만용의 칼을 휘두르는 데서 야기되고 있다. 정부가 문제의 해결사이긴커녕 문제의 원인 제공자다. 기업은 치열한 대외 경쟁과 정부의 옥죄기로 힘이 쇠잔해졌다. 특히, 최근 들어 정부의 윽박지름으로 인해 기업가들의 가슴에는 피멍이 들고 있다.

우리 경제의 앞날에 참으로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우고 있음은 각종 지표가 말해준다. 높은 실업률과 분배 악화에 따른 양극화 심화에 이어 투자 절벽의 결과 성장률이 계속 떨어지고 있다. 모든 대외적 여건이 현재와 같이 유지되더라도 현 정부의 소득주도 성장, 공정경제, 혁신성장 정책이 계속된다면 오래지 않아 우리 경제는 걷잡을 수 없이 쇠락할 것이다.

최근 다섯 정부의 성장률을 살펴보자. 김영삼·김대중 정부 시절 세계성장률이 각기 3.3%, 3.3%였는데 한국 경제는 7.8%, 5.3%나 성장했다.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절에 세계 경제는 3.2%, 3.5% 성장했으며, 한국 경제는 3.2%, 3.0% 성장했다. 세계적 호황이었던 노무현 정부 때 세계 경제는 5.1% 성장했으나 우리 경제는 4.5% 성장하는 데 그쳤다. 올해 세계 경제가 3.9% 성장하는데, 우리 경제는 정부의 전망대로 된다 하더라도 2.9% 성장한다. 세 가지가 관찰된다. 첫째 우리 경제의 성장률이 계속 하락한다는 것이고, 둘째 좌파정부 노무현·문재인 대통령의 우리 경제성장률이 세계경제 성장률보다 낮다는 것이고, 셋째 올해 우리나라의 성장률 2.9%는 세계 경제성장률 3.9%를 크게 밑돈다는 것이다.

현 정부는 경제성장률이 직전 두 정부의 성장률과 비슷하다고 우기며 안일하게 대처하고 있다. 단기적 대응에 실패하는 것은 물론 장기적 대책 마련에는 아예 눈을 감고 있다. 국가 안보와 경제가 존망의 위기에 서 있는데 정부는 ‘적폐 청산’과 ‘남북 경협’에 여념이 없다.

정치지도자들과 경제정책 책임자들이 크게 착각하고 있는 것 중 하나가 아무리 정책을 잘 못하더라도 경제가 현 수준을 유지하거나 계속 성장해 4만 달러로 가리라는 것이다. 하지만 반드시 그렇지는 않다는 게 역사의 교훈이다. 19세기 말 남미의 몇 나라는 유럽, 미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세계의 선진국이었다. 지도자를 잘못 만나 추진된 좌파 인기영합 정책으로 그들은 추락을 거듭해 오늘날 국민이 쓰레기통을 뒤지는 고통을 겪고 있다. 한국은 4만 달러로의 진군이 아니라, 2만 달러로의 후퇴를 우려해야 할 판이다.

역사를 보면, 한 나라의 장기적 번영을 결정하는 것은 그 나라의 천연자원도, 문화적 자산도 아니다. ‘제도와 지식’이다. 훌륭한 제도와 지식의 핵심은 자유시장경제와 자유주의 정신인데 우리의 경우 반(反)시장적 정책이 홍수를 이루는 가운데 반자유주의 정신이 풍미하고 있다. 혈세를 낭비하고 기업을 윽박질러 경제가 성장하고 고용이 증대된 적이 없다.

저성장이 만병의 근인(根因)이다. 고용 불안과 실업은 문제의 원인 아닌 결과다. 우리 경제가 5% 정도만 성장하면 만악(萬惡)이 해소될 수 있다. 지난 수년간 투자 절벽일 정도로 투자가 계속 부진해 성장의 기반이 통째로 내려앉고 있다. 성장을 고양시키는 방안의 요체는, 국내 기업의 투자를 활성화시키고, 도저히 사업할 풍토가 아니라며 해외로 떠나는 기업들을 붙잡고, 세계의 자본과 기술을 과감히 유치할 수 있는 여건과 제도를 혁신적으로 마련하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