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4일 국회 대표연설에서 122개 공공기관의 지방 이전을 추진하겠다고 밝힘으로써 노무현 정부 이후 14년 만에 논란이 다시 점화됐다. 노 전 대통령은 2002년 대선에서 수도 이전을 공약으로 내세웠고, 집권 뒤 2004년 국가균형발전특별법을 제정했다. 이에 따라 한국전력공사 등 153개 기관의 이전이 완료됐으나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 주춤했는데, 재추진하겠다는 것이다.

수도권과 다른 지방 사이에 격차가 있고, 대책이 필요한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인위적으로 떼서 붙이는 식은 곤란하다. 당장 해당 지역에선 환호하겠지만, 그로 인한 비효율은 국가 경쟁력 저하와 국민 부담으로 돌아온다. 이미 정부 부처의 세종시 이전과 공공기관의 지방 이전에 따른 부작용이 심각하다. 한국행정학회 추산에 따르면, 세종시 이전으로 공무원 출장 비용만 연간 1200억 원, 행정·사회적 비효율 비용은 2조8000억∼4조8800억 원에 달했다. 전주로 이전한 국민연금관리공단 기금운용본부의 경우, 600조 원이 넘는 기금을 운영하는데도 본부장은 1년 이상 공석이고, 핵심 간부 9명 중 5명이 사퇴했다. 연평균 7%가량이던 투자 수익률도 올 상반기에는 은행 이자보다 못한 평균 0.90%에 불과했다. 바른미래당이 이날 발표한 ‘공공기관 낙하산·캠코더 인사 현황’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과거 정권에서도 낙하산 인사가 많았지만 현 정권에서는 지역으로 이전한 공공기관 임원 인사가 해당 지역 여당 인사들의 일자리로 전락하고 있다면서 구체적 사례들까지 제시했다.

균형 발전의 정도(正道)는 좋은 기업, 좋은 교육 환경을 만들어 지방으로 돈과 인재가 몰리게 하는 것이다. 국내외 사례들을 봐도 그렇고, 또 얼마든지 가능하다. 지방 이전을 재추진하려면, 최소한 부작용에 대한 깊이 있는 논의와 대책이라도 선행했어야 했다. 이 대표의 의도를 놓고 2020년의 총선, 나아가 차기 대선과 ‘20년 집권론’을 위한 포퓰리즘 저의(底意)가 의심되는 이유다. 노 전 대통령도 수도 이전 공약과 관련, “(선거에서) 재미 좀 봤다”고 솔직하게 밝혔다. 이 대표가 밀어붙이면 지역 표를 의식한 야당도 반대하기 어려울 것이다. 결국 국민만 피해자가 될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