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찰 예능’이 대세입니다. 연예인의 주거 공간이나 일상에 카메라를 들이밀고 그들의 일거수일투족을 지켜보는 거죠. 소통 부재의 시대에 내 곁은 내주지 않은 채 슬그머니 타인의 삶을 엿보는 재미는 쏠쏠합니다. MBC ‘나 혼자 산다’나 SBS ‘미운우리새끼’ 등의 높은 시청률이 그 방증이죠.

관찰 예능은 과거에도 있었습니다. 짓궂은 설정에 대한 출연진의 반응을 보며 키득대던 ‘몰래카메라’가 대표적이죠. 이는 단순히 출연자가 거짓 상황에 속는 것을 지켜보는 재미 외에도 카메라 밖 연예인들이 어디를 가고, 무엇을 먹고, 누구와 어울리는지 엿보는 즐거움이 컸습니다.

그렇다면 요즘 관찰 예능은 무엇이 다를까요. 바로 ‘와처’(watcher)의 등장입니다. 그동안 시청자들은 제작진이 촬영한 VCR를 직접 보고 즐기며 판단했죠. 하지만 최근 트렌드는 다릅니다. 촬영한 내용을 담은 VCR를 보며 이야기를 나누는 패널들을 모아놓은 스튜디오가 주무대죠.

‘나 혼자 산다’의 경우 전현무, 박나래, 한혜진 등이 직접 출연한 VCR를 함께 보며 뒷이야기를 전합니다. 반면 ‘미운우리새끼’ 스튜디오의 안방마님인 출연진의 어머니들과 MC 신동엽, 서장훈은 VCR에 등장하지 않죠. 그들은 제3자의 시점으로 VCR 속 아들 혹은 동료의 모습을 바라보며 때로는 즐기며, 때로는 의아해하며 이야기를 나눕니다.

바로 이 지점에서 새로운 재미가 샘솟습니다. ‘나 혼자 산다’는 추억을 곱씹는 재미가 있죠. 이는 함께 여행을 다녀온 친구들이 인화한 사진이나 영상을 돌려보며 당시를 추억하며 깔깔대는 것과 비슷합니다. VCR만으로는 알 수 없는 그들의 속마음까지 들어보는 기회이기도 하죠.

‘미운우리새끼’는 출연자들의 평소 몰랐던 실생활 속 행동 패턴을 가족이나 지인들이 스튜디오에서 지켜보며 한마디씩 거듭니다. 박수홍의 어머니는 “쟤가 왜 저러나 몰라”를 연발하고, 김건모의 기이한 행동을 보며 신동엽은 “저 형, 진짜 저래요”라고 설정 의혹을 상쇄시키죠. 와처들은 시청자들의 궁금증을 대신 풀어주는 해설서 같은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결국 요즘 관찰 예능 트렌드 속에서 시청자들은 ‘1차 관찰자’가 아닙니다. 관찰자를 또 관찰하는 셈이죠. 어찌 보면 VCR를 보며 스스로 즐기고 판단할 기회조차 박탈당한 겁니다. 그리고 소통의 결핍을 해결하는 도구로 온기가 없는 SNS를 찾죠. 그리고 누군가의 팔로어(follower)가 되거나 ‘좋아요’를 누르며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려 애를 씁니다. SNS를 기반으로 쌍방향 소통을 추구한다지만 결국은 돌아오지 않는 메아리를 기대하는, 현대인의 참 이상한 소통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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