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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은 가리려 해도 틈새를 비집고 들어온다. 막으려 해도 손 틈 사이로 비치는 한 줌 빛은 더욱 눈부시다.

사랑도 매한가지다. 걷잡을 수 없이 번지는 이 감정은 도무지 막을 수도 없다. 다만 일부러 드러내지 않을 뿐이다. tvN 토·일극 ‘미스터 션샤인’(극본 김은숙·연출 이응복·제작 화앤담픽처스, 스튜디오드래곤) 속 구동매 역을 맡은 배우 유연석이 그러하다.

‘미스터 션샤인’ 속 구동매는 친절하지 않다. 어찌 보면 폭력적이다. 대놓고 누군가를 지키거나 보듬을 수 없는 그만의 사랑법이다. 구동매는 거침없는 태도로 아슬아슬한 긴장감을 조성하면서도, 단 한 사람만을 간절하게 품은 마음을 아프게 그린다.

특히 ‘눈빛 연기’가 매혹적이다. 날것 그대로의 사나운 시선은 애틋하고 절절하다. 지난 17회, 동매는 애신(김태리 분)에게 고맙다는 말을 들었고, 자리를 떠나는 애신의 뒷모습에 눈을 떼지 못했다. “계속 이리 살리시네, 나를”이라고 혼잣말을 하는 그의 표정과 애달픈 눈빛은, 차가운 냉혈한의 동매와는 전혀 다르게 쓸쓸하고 처연하다.

위기 속에서 그의 사랑은 더욱 도드라진다. 몸을 가누지 못하는 동매가 겨우 시선을 돌려 총을 쏜 자가 혹여 애신이 아닌지를 확인하는 장면에서 구동매를 연기하는 유연석은 혼신의 열연을 펼치며 강한 인상을 남겼다. 피를 토해내면서도 “다행이지 뭡니까… 난 또 그 여인인가 해서…”라고 말하는 모습은 일품이었다. 그래서 ‘미스터 션샤인’의 시청자들은 조금은 난폭하고 무례한 그의 사랑을 지지하고 응원한다. 구동매, 그리고 유연석. 그야말로 음지에서 양지의 사랑을 지향하는 ‘미스터 션샤인’이다.

안진용 기자 realyo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