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북핵 고비와 經濟제재 중요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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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진 前駐美 대사

9월에는 북한 문제 해결을 위한 중요한 일정들이 잡혀 있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 사이에 제3차 정상회담이 예정돼 있고, 시진핑 중국 주석의 방북 가능성이 있으며, 북한 9·9절과 유엔총회 일정 등이 잡혀 있다. 우리는 오는 5일 파견할 대북 특사단을 확정해 놓고 있다.

비핵화의 중요한 고비 9월이 어떠한 결과를 가져올까? 예견하긴 어렵지만, 북한 비핵화에는 별다른 진전을 이뤄내지 못할 것이다. 오히려 지난 3월 남북한과 미국, 중국 모두를 북한 비핵화의 소용돌이로 몰아넣었던 희망적인 상황을 마감하고 현실로 돌아오는 계기가 될 것이다.

1990년 독일 통일 당시 그 누구도 전쟁 없이는 소련이 동독을 포기하지 않을 것으로 생각했지만, 미하일 고르바초프 당시 소련 대통령은 동독을 포기하는 위대한 결정을 했다. 그처럼 지난 3월, 많은 사람이 북한이 진정으로 ‘비핵화’할 것이란 희망에 취해 있었다. 김 위원장이 핵과 경제를 동시에 추구하겠다는 병진정책에서 핵을 버리고 경제로 방향을 전환하는 중대한 결정을 할 것으로 생각했던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지난 3월 많은 사람이 상상했던 북한 비핵화의 꿈이 과연 냉철한 판단이었는지 되돌아볼 시점이다.

외교 협상에서는 내가 원하는 것만이 아니라 반드시 상대가 원하는 게 무엇인지 알아야 한다. 그래야 제대로 된 게임을 플레이할 수 있다. 3월로 돌아가 보면, 북한은 그냥 비핵화를 선언한 게 아니라, 분명히 ‘비핵화의 조건’을 내걸었다. 북한에 대한 ‘적대관계 해소’ 즉 ‘경제제재 해소’를 원한 것이다. 생각해 보면 많은 사람이 이때 북한이 원하는 적대관계 해소가 무엇인지 제대로 이해하려고 하지 않았다. 그저 1년 안에 북한이 비핵화를 한다는 점만 강조하려 했다.

이런 상상을 우리는 미국에 전했다. 그래서 3월 비핵화의 꿈이 퍼진 것이다. 잘 살펴보면 3월의 ‘비핵화와 적대관계 해소’는 새로운 제안이 아니다. 이는 1993년 북핵 문제가 시작됐을 때부터 북한이 되풀이해온 입장이다. 많은 사람은 ‘적대관계 해소’라는 북한의 수사를 곧이곧대로 믿기 시작했다. 미국의 위협이 없어지면 비핵화가 이뤄진다는 방식을 떠올렸다. 종전선언, 한·미 연합군사훈련 중단이 주요 의제로 등장했다.

그러나 적대관계를 해소하는 요인 중에서 이때 북한에 가장 중요한 것은 경제 제재 해소였다. ‘핵무력 완성’ 이후에는 병진정책에서 경제를 발전시키는 것이 북한의 생존 전략이다. 한·미 연합훈련 중단이나 종전선언보다도 경제 제재가 해소됐더라면 남북관계나 미·북 관계도 그동안의 우여곡절을 겪지 않았을 것이다. 이것이 7월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방북이 실패한 이유이고, 지난 8월 예정됐던 그의 방북이 취소된 이유다. 북한은 미국더러 줄 게 없으면 방북하지 말라고 했다 한다. 지금 김정은 체제에 닥친 최대 위협은 한·미 연합훈련이나 종전선언보다도 경제 제재다. 북한이 이번 9·9절을 맞아 내세운 문제도 자립경제다.

9월을 계기로 삼아 우리는 북·미·중이 원하는 게 무엇인지 정확히 파악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유효한 장래 계획을 세울 수 있다. 그것은 북한의 비핵화와 경제 제재 해소를 연결해 함께 생각하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 그러면 북핵은 북한의 미래가 어떻게 전개되는지와 함께 다뤄야 할 수밖에 없다는 데 이르게 된다. 비핵화라는 핵에 국한된 자세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북한 문제’ 자체를 다룰 줄 알아야 유효한 대북 정책을 수립할 수 있다.

문화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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