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에는 북한의 정권수립 70주년 기념행사,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평양 정상회담, 유엔총회 등 한반도 정세에 영향을 미칠 행사들이 예정돼 있다. 이를 앞두고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등 대북 특사단이 5일 방북(訪北)할 예정이어서 그 역할에 국내외 관심이 쏠리고 있다. 청와대 측은 평양 정상회담 일정 확정이 제1의제이고, 이 밖에 판문점 남북연락사무소 개소, 남북관계 발전, 한반도 비핵화 문제 등을 북측과 협의할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굳이 북한이 9·9절이라며 대대적으로 체제 선전 행사를 벌이기 직전에 한국 특사단이 방북해야 하는지 의문이다. 남북 대화는 필요하지만 이젠 ‘대화를 위한 대화’나 ‘이벤트성 행사’가 돼선 안 된다. 자칫 북핵(北核) 폐기라는 본질에 역효과를 낼 수도 있기 때문이다. 남북은 이미 지난달 13일 판문점 고위급회담 때 ‘9월 중 평양 회담 개최’에 합의했고, 구체적인 의제 등은 실무회담을 통해 결정하기로 한 바 있어 현 국면에서 굳이 특사 방북이 필요한지 의문이다. 더구나 당시 북측단장인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이 “날짜도 다 돼 있다”고까지 했었다.

이번 특사 방북을 비롯한 9월의 외교 일정들은 북한 비핵화에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 특히 한반도 운전자를 자임하는 문 정부는 이젠 교착 상태에 빠진 북핵 문제 해결에 주도적으로 나서야 한다. 더 이상 미·북 문제로 미루거나, 그것을 핑계로 북핵 진전보다 남북 교류와 대북 지원을 앞세워선 안 된다. 북한 및 중국 등에 잘못된 신호를 보내기 때문이다. 북한의 비핵화 무성의에 미·북 관계는 급랭하고 있다. 제임스 매티스 국방부 장관은 한·미 연합훈련 재개 방침을 밝혔고, 상원은 북한과 거래하는 제3국 대형 은행 제재 및 대북 무역금수 조치까지 포함된 초강력 제재법을 마련 중이라고 한다. 5일 방북할 특사단은 김정은 면전에서 비핵화에 대한 상황을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요구할 것은 당당히 요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