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엄마! 보고 있죠” 박상훈(한국국토정보공사)이 29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의 인터내셔널 벨로드롬에서 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 사이클 남자 개인추발 결승전에서 우승이 확정된 뒤 자전거를 들며 환호하고 있다. 연합뉴스

- 사이클 개인추발 ‘통쾌한 金’

4바퀴 남기고 日선수 앞질러
결승전서 추월은 흔치 않아

모친 생일날 단체추발 ‘충돌’
결승행 좌절… 金약속 못지켜

“동료들 믿음으로 다시 단결
4년 뒤 단체전 금메달 도전”

어머니 생신 선물은 하루 늦었다.

박상훈(25·한국국토정보공사)이 29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의 인터내셔널 벨로드롬에서 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 사이클 남자 개인추발 결승전에서 일본의 치카타니 료를 추월,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개인추발은 2명이 반대편에서 출발, 4㎞를 달리면서 경쟁자를 추월하면 이기는 종목이다. 추월이 나오지 않으면 4㎞(250ｍ 트랙 16바퀴) 결승선 통과시간 기록으로 승자를 정한다. 결승에서 추월이 나오는 건 흔치 않은 일. 박상훈은 4바퀴를 남기고 치카타니를 앞질러 승부에 마침표를 찍었다. 박상훈은 앞서 예선에서 4분 19초 672의 아시안게임 및 아시아 신기록을 작성했다. 평균 시속은 55.455㎞. 치카타니는 예선에서 4분 26초 503을 기록했다.

전날인 28일은 박상훈 모친의 생일이었다. 박상훈은 어머니 생신 선물로 단체전 금메달을 약속했지만, 지키지 못했다. 남자 단체추발에서 뜻하지 않은 충돌 사고가 일어났기 때문. 단체추발은 4명이 팀을 이뤄 상대팀을 추월하는 종목이다. 한국 남자대표팀은 단체추발 예선에서 아시아 신기록(3분 56초 247)을 세워 유력한 금메달 후보로 꼽혔다. 그러나 1라운드 도중 중국을 따라잡을 것으로 보이는 순간, 대표팀끼리 부딪쳤다. 특히 임재연(27·한국철도공사)은 들것에 실려 나갔다. 여자대표팀이 단체추발에서 금메달을 획득했기에 아쉬움은 더욱 컸다.

하지만 박상훈은 하루 뒤 보란 듯이 개인추발에서 정상에 올라 대표팀에 금메달을 보탰다. 박상훈은 우승 직후 “하루 늦었지만 어머니에게 금메달을 선물로 드리게 됐다”면서 “어제가 어머니 생신이어서 꼭 단체추발 금메달을 드리고 싶었다”고 밝혔다. 박상훈은 “다 같이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위해 한마음 한뜻으로 운동했는데 충돌로 넘어져 지금도 마음이 아프다”며 “어제는 남자 중장거리 주장으로서 패닉에 빠진 팀을 챙기느라 정신이 없었다”고 설명했다. 단체추발 1라운드에는 임재연과 김옥철(24·서울시청), 민경호(22·서울시청), 신동인(24·상무)이 팀을 이뤘고 결승에 진출하면 박상훈이 합류해 금메달 레이스를 펼칠 예정이었다.

박상훈은 4년 뒤 아시안게임엔 출전하지 않을 작정이었다. 부상이 잦기 때문. 올해 초 열린 아시아선수권대회엔 무릎 부상으로 불참했다. 하지만 박상훈은 2022 항저우아시안게임에 참가하기로 마음을 바꿨다. 박상훈은 “동료들에게 ‘4년 뒤에 다시 함께 달릴 테니 4년 뒤에 한 번 더 하자’고 말했다”고 밝혔다. 물론 단체추발 금메달 획득을 위해서다. 박상훈은 “단체추발 금메달을 위해 다시 페달을 밟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남자 단체추발은 2006 도하, 2010 광저우아시안게임에서 2연패를 달성했지만, 인천아시안게임에서 중국에 정상을 내줬다. 박상훈도 단체추발 은메달에 만족해야 했다. 이번 아시안게임에서도 한국이 탈락하면서 중국이 금메달을 차지했다. 박상훈은 “2년 동안 (단체추발에서) 10초를 단축한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지만 우린 해냈다”며 “믿음으로 단결했기 때문이고 4년 뒤 다시 도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상훈은 금메달이 확정된 뒤 한국 응원단이 있는 관중석을 향해 큰절을 올렸다. 또 인도네시아 소녀 팬들을 향해서도 인사했고, 소녀 팬들 사이에서 “오빠!”라는 탄성이 터져 나왔다. 박상훈은 31일 2명이 교대로 달리는 포인트 레이스 경기 매디슨에도 출전, 2관왕을 노린다.

자카르타 = 김동하 기자 kdhaha@munhwa.com

이미지 크게보기 박상훈(한국국토정보공사)이 29일 2018 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 사이클 남자 개인추발 에서 우승한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