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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성호 중앙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문재인 정부 들어, 특히 4·27 판문점 남북 정상회담 이후 국내의 북한인권운동이 그 전보다 대폭 위축되고 있다. 여간 걱정스러운 일이 아니다.

그간 현 정부가 북한 인권 문제를 기피하는 듯한 태도를 보여 온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우선, 2017년 9월 임기가 끝난 북한인권국제협력대사의 후임자를 1년이 지나도록 임명하지 않고 있다. 북한 인권 개선에 중추적 역할을 하게 될 ‘북한인권재단’ 출범을 준비해 온 사무실을 지난 6월 폐쇄한 데 이어, 7월 말엔 정부 과천청사에 있는 법무부 북한인권기록보존소를 경기도 용인에 있는 법무연수원 분원으로 이전하고 인원도 축소키로 했다. 이 같은 조치는 현 정부가 북한 인권 증진을 위한 국제협력, 북한인권운동단체 지원, 북한 인권 침해의 체계적인 기록·보존이 김정은 정권을 자극해, 역점을 두고 추진하는 남북관계 개선 노력에 역행한다고 보기 때문에 취해진 것으로 풀이된다.

한편, 28일 내년도 통일부 예산안은 일반회계 2184억 원, 남북협력기금 1조1004억 원인데, 이 중 북한인권재단 운영 예산은 8억 원만 책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전년도의 108억 원에서 무려 100억 원(93%)이 삭감됐다. 재단 출범이 계속 지연되면서, 재단 출범 준비를 위한 최소한의 예산만 반영했기 때문이라고 통일부 실무자는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해명은 헌법과 법률에 배치되는 것으로, 받아들이기 어렵다. 북한인권법은 헌법 제3조(영토 조항), 제4조(자유민주통일 조항) 및 제10조(국민 기본권 보장 조항)에 입각해 제정된 법이다. 이 법 제2조 제1항은 ‘국가는 북한 주민이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가 있음을 확인하고 북한 주민의 인권 보호 및 증진을 위하여 노력해야 한다’고 하고, 제3항은 ‘북한 인권 증진을 위하여 필요한 재원을 지속적이고 안정적으로 마련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어느 모로 보나 8억 원이 2300만 북한 주민의 인권 개선에‘필요한 재원의 안정적 마련’이라고 할 수 없음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재단 출범 지연 책임은 애당초 현 집권당에 있었다. 2016년 9월 4일 북한인권법이 시행되기 시작하자 당시 야당이었던 민주당은 북한인권재단의 이사장 또는 사무총장 중 1자리를 내놓으라면서 재단 출범에 몽니를 부렸던 것이다. 집권 후 여당은 당시와는 전혀 다른 입장을 보이며, 재단의 발족을 계속 가로막고 있다. 하지만 이제 꼬인 매듭을 풀어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북한인권운동 단체들은 기업의 후원금과 사회적 관심이 모두 끊기고, 사법 당국의 계좌 추적과 압수수색 등 압력이 진행되고 있다며 하소연하고 있다. 북한 인권 운동의 여건이 그 어느 때보다도 악화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하지만 시민단체(NGOs)들은 이런 움직임에 굴해선 안 된다. 유엔총회도 2005년부터 매년 북한 인권 결의를 채택해 북한 인권 개선을 촉구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전대미문의 폭압적인 3대 부자세습·독재정권의 인권 탄압을 비호할 것인지, 유엔과 함께 북한 주민의 인권 증진을 옹호할 것인지 선택해야 한다.

북한 인권은 보편적 가치 및 헌법적 가치의 구현 차원에서 통일의 그날까지 계속 제기하고 개선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이 문제는 대북 정책의 균형추를 맞추는 바로미터이자 북한의 변화를 견인하는 좋은 지렛대가 될 수 있다. 정부는 남북 협력에 대해 갖는 관심을 북한 주민의 인권 개선에도 적극 할애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