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박승기 해양환경공단 이사장

해마다 울산-온산 지역 주민들은 주변 공단에서 발생하는 악취로 많은 불편을 겪고 있다. 조사 결과 이러한 악취의 원인은 화학물질과 관련이 많았다. 대기로 뿜어져 나온 오염물질은 이차적으로 주변의 땅과 물을 오염시킨다. 이미 이 지역의 토양 오염 문제 해결은 숙원 사업이다.

울산-온산공단의 환경오염 문제는 따로 언급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관련 자료가 많다. 그럼 울산-온산공단에서 배출되는 화학물질이 최종적으로 도착하는 주변의 바다는 어떠할까? 일반적으로 우리나라 임해공업단지 주변 바다는 육상에서 각종 생활하수와 산업폐수 등이 유입되고, 화학물질이 대기에서 침전돼 유기물과 중금속 등의 오염이 다른 지역에 비해 심각하다고 알려져 있다. 최근 울산-온산공단 주변의 해양퇴적물 오염도에 대한 연구 결과 발표 자료를 보면 수은(Hg)을 비롯한 중금속 농도가 국내의 다른 지역보다 상대적으로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수은은 대표적 공해병인 미나마타병을 유발하는 물질로, 대부분 대기로부터 유입돼 바다로 흘러들어 감에 따라 각별한 개선 노력과 대책이 필요하다.

훼손된 해양 환경을 복원하기 위해서는 체계적이고 종합적인 관리계획 수립이 무엇보다 중요하며, 그 계획은 점진적이고 지속적으로 시행돼야 한다. 또한, 이를 위한 관리 기반 확충 역시 매우 중요하다. 이에, 최근 해양수산부에서는 울산 연안의 해양 환경 개선을 위해 국내 최초로 중금속을 대상으로 하는 ‘연안오염 총량관리제’ 도입을 울산광역시와 함께 추진하고 있다.

‘연안오염 총량관리제’는 대상 해역의 목표 수질을 설정하고 이를 달성할 수 있는 오염 물질의 해역 내 허용총량을 정해, 해역으로 유입되는 오염 부하를 허용된 범위 내에서 관리하는 제도이다. 이는 선제적이며 예방적인 관리 방식으로, 2008년 국내 최초로 총량제를 도입한 마산만의 경우 수질 개선은 물론이고 멸종위기종들의 서식이 확인되는 등 생태계의 건강성이 회복되는 성과가 입증됐다. 최근에는 2002년 문을 닫은 경남 창원의 광암해수욕장이 16년 만에 재개장했다는 반가운 소식도 들려온다. 이는 마산만이 깨끗해졌기에 가능한 것이며, 연안 오염 총량관리 10년의 성과물로 꼽을 수 있다.

해양환경공단 역시 정부의 이러한 노력에 발맞춰 울산 연안의 오염 퇴적물 정화사업을 지속 추진 중이며, 나아가 대기를 통해 유입되는 오염원 관리를 위해 정부와 공동으로 해양 대기환경 측정망 구축사업을 진행하는 등 울산 연안의 환경 개선을 위해 적극 노력하고 있다. 그동안 울산지역은 ‘태화강 부활 프로젝트’를 비롯한 울산시와 기업, 지역 주민들의 지속적인 노력을 통해 ‘오염도시’ ‘공해도시’라는 오명을 벗고 ‘친환경 생태도시’로 탈바꿈했으며, 이는 국내 환경 개선의 가장 모범적인 사례 중 하나로 평가받는다.

이제는 그동안 육상에 비해 상대적으로 관심이 낮았던 울산 연안의 해양 환경 개선을 위해 관심과 역량을 집중해야 할 때다. 정부와 지자체는 관련 제도·법률을 정비해 체계적·종합적 정책 지원에 나서고 지역사회, 전문기관, 관련 기업은 힘을 합쳐 변화와 실천을 이끌어 나가야 한다. 앞서 얘기한 복원 성공 사례의 공통점은 체계적·종합적 정책 지원이 있었으며, 이를 실천하기 위한 적극적인 시민의식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앞으로, 정부와 울산시의 적극적인 제도 개선 노력 및 울산시민의 저력이 함께 모아진다면 울산 연안의 해양 환경이 크게 개선돼 지역 주민에게 보다 풍요로운 생태적·문화적·경제적 가치를 제공할 수 있게 될 것으로 확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