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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성진 이화여대 스크랜튼학부 교수 정치학

이젠 국정 성과 보여줘야 할 때
국회 협조 이끌어내는 일 절실
靑 중심에서 協治로 틀 바꿔야

균형 잡힌 당·정·청 관계 복원
있는 그대로 民心 전달자 돼야
다양한 주장 상호 존중도 중요

향후 2년 동안 더불어민주당을 이끌어가게 된 이해찬 새 대표의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번 8·25 민주당 전당대회의 결과는 문재인 정부의 성공 여부에 새로 선출된 지도부의 역할이 결정적이라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이 점을 인식하고 있는 이 대표는 당선 직후 수락연설에서 ‘일하는 민주당, 유능한 민주당, 강한 민주당’을 캐치프레이즈로 내걸며 문 정부의 성공을 위해 단합할 것을 역설했다. 그렇다면 이 캐치프레이즈를 현실화하기 위해 여당인 민주당이 중점을 둬야 할 일은 무엇인가?

첫째, 균형 잡힌 당·정·청(黨政靑) 관계의 복원이다. 필자는 이전의 이 코너에서 이 문제를 적극적으로 제기한 바 있다. 집권 초기를 거쳐 국정 운영의 성과를 보여야 하는 시기로 접어드는 문 정부에 국회의 협조가 매우 중요하고, 이를 위해서는 민주당 지도부의 역할 또한 중요하기 때문이다.

‘최고 수준의 협치(協治)’를 선언한 이 대표는 민생경제 안정을 최우선 과제로 제시하면서 ‘민생경제 연석회의’의 가동을 약속했다. 민생 경제를 위해 기업과 노동자, 정부, 시민사회가 함께 대화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하고, 이를 통해 정부에 ‘있는 그대로의 민심’을 전달하겠다는 것이다. 더불어 ‘5당 대표회담’을 제안하면서 야당과의 협치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는 당·정·청 관계를 주도적으로 복원해 청와대 중심의 국정 운영을 협치에 기반을 둔 국정 운영으로 변모시키겠다는 것으로, 매우 긍정적이다. 현안에 대한 사회 각계각층과 허심탄회한 논의의 장을 마련하고, 이를 여야 합의를 통한 민생 국회를 통해 해결하겠다는 점에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다만, 그러한 제안의 성공은 민주당이 국정 운영의 파트너로서 스스로의 역할을 인식하고 주도적으로 당·정·청 협의를 이뤄나갈 때만 가능하다. 민주당이 정부와의 관계에서 강하고 능동적인 파트너로 자리매김할 때만 국회에서도 강한 민주당이 될 수 있음을 유념해야 할 것이다.

둘째, 민주당 내부의 민주적인 의사 결정과 운영을 위해 협의를 통해 제도적인 틀을 마련하고 이를 스스로 깨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 이 대표는 수락 연설에서 ‘당 현대화 작업’을 시작하겠다며, 이를 위한 출발점으로 ‘투명하고 객관적인 상향식 공천, 예측 가능한 시스템 공천’을 천명했다.

정치권력의 획득을 궁극적인 목적으로 하는 정당(政黨)에 있어 선거 승리는 가장 중요한 과제다. 그것은 여론의 추이를 정확하게 읽고 이를 정책으로 구현하는 과정을 통해서 얻어진다. 또한, 그 과정은 공동체 내부의 다양한 목소리가 자유롭게 표출되고 상호 존중되는 상황에서만 가능하다. 내부의 다양한 목소리가 존재하고 존중받을 때 집단 사고에 갇히지 않고 민주적인 의사 결정이 이뤄질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미 지난 정권을 통해 정당이 어떻게 분열하고 정치권력을 잃게 되는지 여러 차례 봐 왔다. 민주당은 과거 정당들의 사례를 반면교사(反面敎師)로 삼아 내부의 다양성을 스스로 옭아매는 오류를 범하지 말아야 한다.

끝으로, 민주당은 당내 민주화를 넘어 시민사회와 적극적으로 교감(交感)하는 개방적인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오늘의 민주주의는 정당이 주축이 되는 대의제 민주주의의 틀을 넘어서 사회의 구성원들이 다양한 참여 민주주의의 통로들을 통해 의견을 표출하는 직접민주주의적인 요소가 강화되고 있다. 정당은 이제 더 이상 정치 과정의 독점적인 행위자가 아니다. 사회의 다양한 목소리와 경쟁해야 하는 상황에 처해 있다.

새 대표를 맞이한 집권 민주당은 이러한 상황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기 위해 의사 결정 과정의 개방성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민생경제 연석회의’와 같은 개방된 의견 표출의 장을 다양한 현안으로 확대하는 것이 하나의 방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민주당은 ‘일하는 정당’으로 입지를 공고히 할 수 있을 것이다.

결국 문 정부의 성공은, 명확한 정책 기조 속에서도 의사 결정의 권한과 책임을 분산시키고 국회와 끊임없는 의견 조정을 통해 정책 집행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하게 되는 오류를 얼마나 최소화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이는 민주당이 중재자 역할을 통해 민주적인 국정 운영을 위한 제도 개혁에 적극적으로 나설 경우에만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