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사뿐히… 우상혁(서천군청)이 27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의 겔로랑 붕 카르노 주 경기장에서 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 남자높이뛰기 결선에서 바를 뛰어넘고 있다. 연합뉴스

남자높이뛰기 16년만에 메달
中 왕위에게 2㎝ 뒤져 銀수확

8세때 교통사고, 오른발 작아
높이뛰기 선수론 작은 188㎝
피와 땀으로 신체 핸디캡 극복

“난 스물두 살이고 아직 젊어
2020올림픽 시상대 오를 것”

우상혁(22·서천군청)이 한국 남자 높이뛰기에서 16년 만에 아시안게임 메달을 안겼다. 짝발과 단신을 극복하고 수확한 값진 은메달이다.

우상혁은 27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겔로라 붕 카르노 주 경기장에서 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 높이뛰기 남자 결선에서 2m28을 뛰어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금메달을 차지한 중국의 왕위에게 2㎝ 뒤졌다. 한국이 남자 높이뛰기에서 아시안게임 메달을 획득한 건 2002 부산아시안게임 이진택(금메달) 이후 16년 만이다.

2m15부터 출발해 2m20까지 1차 시기에 성공한 우상혁은 2m24를 2차 시기에 성공했다. 결선에는 13명이 출전했지만 갈수록 경쟁자가 줄었다. 2m28에 도전한 건 우상혁을 포함해 7명뿐. 우상혁은 올 시즌 자신의 최고 기록인 2m28을 2차 시기에 넘으면서 중간 순위 2위로 올라섰다. 이번 아시안게임 참가자 중 시즌 최고 기록(2m33)을 보유한 마지드 가잘(시리아) 등이 2m28에서 탈락하면서 우상혁은 은메달을 확보한 채 왕위와 금메달을 다퉜다. 왕위는 2m30을 넘었고 우상혁은 1차 시기를 놓친 뒤 2m32로 바를 높이는 승부수를 띄웠지만 넘지 못했다.

22세로 패기 넘치는 우상혁은 은메달 획득 직후 “내 장점은 실전에서 강하다는 것”이라며 “아시안게임뿐 아니라 2019 카타르세계육상선수권, 2020 도쿄올림픽에서도 시상대에 오르겠다”고 강조했다. 우상혁은 긴장하지 않았다. 자신감이 넘쳤고 경기를 즐겼다. 2위가 확정됐을 땐 잠시 심각한 표정을 지었지만, 곧 밝은 얼굴로 태극기를 들고 관중의 박수를 유도하는 세리머니를 펼쳤다. 우상혁은 “후회 없는 경기를 펼쳤다”며 “나보다 좋은 개인 최고 기록을 가진 선수들이 오늘은 내 뒤에 있다”고 말하며 활짝 웃었다.

이미지 크게보기은빛 미소 우상혁(서천군청)이 27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의 겔로랑 붕 카르노 주 경기장에서 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 남자 높이뛰기 시상식에서 은메달을 목에 걸고 태극기 세리머니를 펼치고 있다. 연합뉴스

우상혁은 악조건을 극복했기에 더욱 돋보인다. 우상혁은 8세 때 당한 교통사고 후유증으로 오른발이 왼발보다 작다. 달리는 것이 좋아 초등학교 4학년 때 육상부를 선택했지만,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다. 대전 중리초등학교에서 윤종형 코치를 만나면서 우상혁은 달리기 대신 높이뛰기로 방향을 틀었다. 우상혁은 “윤종형 선생님의 권유로 높이뛰기를 시작했다”면서 “발 크기가 달라 밸런스가 맞지 않았기에 균형 감각을 유지하는 데 주력했고, 균형을 잡게 되니 짝발이 더는 문제가 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우상혁의 키는 188㎝, 높이뛰기 선수 중에서는 작은 편. 우상혁은 “작은 키로도 성공한 선수가 많다”며 “노력은 배반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우상혁이 가장 좋아하는 선수는 스테판 홀름(스웨덴)으로 181㎝지만 2004 아테네올림픽 높이뛰기 정상에 올랐다.

10대 시절 우상혁은 거칠 게 없었다. 우상혁은 2013 세계청소년육상경기선수권대회에서 2m20을 뛰어넘어 금메달을 차지했고 2014 세계주니어육상경기선수권에서는 2m24로 동메달을 차지했다. 하지만 성인 무대는 다르다. 2016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에서는 2m26, 2017 런던세계선수권에서는 2m22로 결선에 오르지 못했다. 물론 우상혁은 한계를 뛰어넘겠다고 다짐했다. 아이돌을 연상케 하는 훤칠한 이마, 짙은 눈썹, 서글서글한 눈매가 눈길을 끄는 우상혁은 “나는 스물두 살이고 아직 젊다”며 “이제 2019년 세계육상선수권과 2020년 도쿄올림픽을 겨냥하겠다”고 밝혔다.

자카르타 = 김동하 기자 kdhah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