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그래픽 = 전승훈 기자 jeon@

- 통계청 2분기 가계동향 분석

자영업·무직 非근로자 가구
70%서 사상 최대 소득 감소
소득 빈부격차 오히려 악화

임시직·일용직 등 저소득층
대거 무직자로 전환도 영향
“소득성장 실패 수정 나서야”

최저임금의 무리한 인상 등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 성장 정책이 자영업자·무직자 등으로 구성된 ‘근로자 외 가구’의 소득에 치명적인 악영향을 미친 것으로 확인됐다. 소득주도 성장 정책이 저(低)소득층의 일자리 상실로 이어지면서 근로자 외 가구의 소득 급락을 불러왔고, 한국 사회의 소득 불평등을 완화하기는커녕 오히려 악화시켰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24일 문화일보가 통계청의 ‘2018년 2분기 가계동향조사(소득 부문) 결과’를 가계 소득에 따라 10분위로 분리한 뒤 ‘근로자 가구’와 ‘비근로자 가구’로 나누어 분석한 결과, 1∼4분위에서 근로자 외 가구의 소득은 전년 동기 대비 모두 2003년 통계 작성 이후 최대의 감소 폭을 기록했다. 1분위(소득 하위 10%, -17.7%), 2분위(〃 10∼20%, -14.9%), 3분위(〃 20∼30%, -10.7%), 4분위(〃 30∼40%, -7.5%) 등으로 나타났다. 근로자 외 가구는 특성상 근로소득(가구주와 가구원이 근로의 대가로 받은 봉급 또는 임금, 상여금, 시간 외 근로수당 등의 소득)보다는 사업소득(자영업자 등의 사업 수입, 즉 총매출액에서 재료비·인건비·임대료·이자 등의 비용을 뺀 금액)이 주된 수입원인데, 올해 1∼2분기 근로자 외 가구의 사업소득이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근로자 외 가구의 사업소득은 1∼8분위(소득 하위 80%)에서 모두 감소한 것으로 드러났다. 9분위(소득 하위 80∼90%)에서만 지난해 2분기에 비해 18.4% 늘었고, 최고 소득계층인 10분위(〃 90∼100%)에서는 지난해 2분기와 변화가 없었다.

반면 근로자 가구의 경우 소득 전 분위(1∼10분위)에서 근로소득을 중심으로 소득이 증가했다. 경제계에서는 “근로자 가구의 소득이 전 분위에서 증가한 것은 일자리를 잃은 사람의 지위가 근로자 가구에서 근로자 외 가구로 바뀌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현행 통계 분류에 따르면, 가구주가 직업을 갖고 있어 근로자 가구로 분류되던 가구도 가구주가 일자리를 잃으면 근로자 외 가구로 지위가 변경된다. 통계청 관계자는 “올해 2분기 근로자 외 가구의 소득 1분위 가구 중에서 가구주가 무직자인 비율은 54.4%를 기록했다”며 “지난해 2분기(41.8%)에 비해 12.6%포인트나 늘어났다”고 말했다.

소득주도 성장 정책이 근로자 가구에는 도움이 됐지만, 근로자 외 가구의 소득에는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 게 아니라, 임시·일용직 등 일자리 감소를 유발해 근로자 가구에 속했던 가구를 근로자 외 가구로 지위가 바뀌도록 만든 측면이 있다는 얘기다. 한 경제 전문가는 “2개의 바구니 가운데 한 바구니에는 좋은 달걀(근로자 가구)만 남기고, 다른 바구니에 상대적으로 좋지 않은 달걀(근로자 외 가구)만 모았다고 보면 된다”고 비유했다. 저소득층의 경우 소득주도 성장 정책이 근로자 가구든, 근로자 외 가구든 모든 가구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지만, 근로자 가구 중에서 가구주가 일자리를 잃은 가구는 근로자 외 가구로 지위가 바뀌면서 근로자 가구의 소득이 늘어난 것처럼 보일 가능성이 크다는 뜻이다.

유경준(전 통계청장) 한국기술교육대 교수는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은 한국 경제의 가장 취약한 계층의 고용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면서 노동소득분배율(국민소득에서 노동소득이 차지하는 비율)을 하락시키고, 궁극적으로 소득 불평등을 악화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조해동 기자 haedo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