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까지만 해도 내년부터 한국에서 유례없는 2개의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대회가 열릴 것으로 보였습니다. 하지만 6개월도 지나지 않아 한국에서 LPGA투어가 모두 사라질 위기에 봉착했다는 안타까운 소식이 들립니다.

지난 3월 당시 서병수 부산시장이 LPGA투어 유치를 전격적으로 발표하면서 LPGA투어 수뇌부와 ‘제2의 LPGA투어 부산 개최’를 약속하는 조인식까지 했습니다. 이때만 해도 내년이면 10월 둘째 주 신설되는 BMW레이디스챔피언십(가칭)이 열리고, 바로 다음 주 KEB하나은행챔피언십이 연달아 열리는 듯 보였습니다. LPGA투어가 한국에서 열린 것은 생각보다 오래전입니다. 사실 1995년부터 1997년까지 제주 파라다이스CC(현 캐슬렉스CC)에서 LPGA투어 스타급 선수 20여 명이 참석한 삼성월드챔피언십이 열렸지만, 정규 대회는 아니었습니다. 이후 2001년 제주에서 CJ나인브릿지클래식을 시작으로 올해 KEB하나은행챔피언십까지 18년째를 맞고 있습니다.

하지만 변수가 생겼습니다. 제2의 LPGA 유치 소식이 알려지면서 지난 10년 동안 열렸던 KEB하나은행챔피언십은 올해까지만 열립니다. 하나금융그룹은 대신 국내대회인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대회로 대체하기로 결심을 굳힌 것 같습니다. 하나금융그룹의 중도하차는 의외였습니다. LPGA는 새로운 한국 기업을 물색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여기에 한국에서 제2의 LPGA투어 대회로 주목받았던 BMW레이디스챔피언십은 아예 첫 대회를 치르지도 못하고 좌초 위기에 빠졌습니다. 최근 BMW 자동차의 잇따른 화재로 리콜과 함께 일부 차량은 운행정지 명령까지 받으면서 한국 소비자의 불신이 극에 달했기 때문입니다. BMW코리아가 판매 부진으로 과연 100억 원 가까이 소요되는 LPGA투어를 열 여력이 있느냐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물론, 최악의 경우 BMW와 공생관계인 코오롱글로벌, 도이치모터스, 한독, 동성, 바바리안 등 국내 딜러사 9곳이 십시일반으로 대회경비를 댄다면 큰 문제가 없을 것이란 반박도 나옵니다.

말레이시아가 국내 사정으로 올해부터 LPGA 사임다비 대회 개최를 포기했기에 한국에서마저 LPGA 대회가 사라진다면 ‘글로벌 투어’를 추구하던 LPGA로선 후유증이 만만치 않아 보입니다. 한국은 특히 LPGA투어에서 세계 최고 기량의 선수들이 있고, 미국 다음으로 후원 기업이 많기에 LPGA에는 상당한 타격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내년부터 2주 연속 LPGA투어가 열릴 것이라 기대했던 국내 골프팬들이 실망하는 일이 일어나지 않길 바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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