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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④ ‘공공부문 마중물論’ 의 허상

韓 공공부문 빼면 일자리 감소
美선 고용증가중 99%가‘민간’

佛연구팀 OECD국 고용분석
“공공부문 일자리 1개 생길때
민간분야 평균 1.5개 사라져”
‘고용에 역효과’ 통계로 입증

지난달 미국 제조, 서비스, 금융 등 비농업 분야 일자리는 1년 전보다 240만 개(1.6%) 증가했다. 23일 미국 노동부 통계를 보면, 민간 부문 일자리 증가가 239만2000개(99.7%)로 대부분을 차지했고 공공 부문 일자리 증가는 8000개에 그쳤다. 반면 한국에선 지난달 일자리가 1년 전보다 5000개 늘어나는 데 그쳤다. 공공 부문(공공행정·국방 및 사회보장행정, 보건업 및 사회복지서비스업) 증가(21만5000개)를 빼면 사실상 일자리가 줄어들었다. 이 같은 사실은 문재인 정부가 출범 초기부터 공언해온 ‘공공부문의 민간 일자리 창출 마중물론’의 한계가 명확함을 보여준다는 평가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공공부문에 힘을 집중할수록 민간 부문 일자리는 오히려 위축될 뿐 아니라 파괴할 수도 있다는 점을 경고했다. 얀 알간 프랑스 파리1대학 교수팀이 “공공 부문 일자리가 1개 생기면 민간 일자리는 평균 1.5개가 사라졌다”는 내용의 보고서도 우리보다 앞서 공공 부문 일자리 확대를 추진했던 선진국의 뼈아픈 경험을 보여준다.

재원도 문제다. 공공 부문 일자리 창출 재원은 결국 국민 세금으로부터 나온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다. 허희영 항공대 경영학부 교수는 이날 “공공 부문 일자리 증가는 세금으로 고용을 일으키는 정책이기 때문에 미국에선 이를 일자리 통계로 잡지 않는다”며 “재정이나 경영 상태가 심각한 공공기관이 많기 때문에 이들 기관에서 많은 고용이 이뤄지면 장기적으로 국가 재정에 심각한 부담을 준다”고 말했다. 현재까지 드러난 각종 고용지표는 지난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수준의 참담한 결과를 보여주고 있다.

이런 이유로 전문가들은 공공 부문 일자리 확대 정책을 재검토해야 할 때가 왔다고 지적한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공공 부문 일자리는 정년까지 고용하는 형태이기 때문에 향후 들어갈 연금 등을 고려한다면 많은 재원이 소요될 수밖에 없어 장기적으로 일자리 확대 정책에 한계를 부른다”고 전망했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한국 경제의 허리인 40대 일자리 하나와 단순 노무에 가까운 공공 부문 일자리 하나를 통계에서 산술적으로 같게 보는 것은 잘못”이라며 “지금이라도 경제 정책의 근본적인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조 교수는 또 “100명이 탈 수 있는 지하철에 200∼300명을 태울 수 없듯이 공공일자리를 늘리는 방법으로 일자리를 늘리는 데는 한계가 있음을 정부가 인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진영 기자 news119@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