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교육감賞 최한비

안녕하세요, 황선미 선생님. 저 최한비예요. 벌써 선생님과 함께했던 일 년이 추억으로 접어드는 지도 9년이 지났네요. 지금 돌이켜 생각해보면 선생님께서는 적지 않은 연세로 힘드실 텐데도 불구하고 저희한테 새롭고 즐거운 세상을 보여주시려 큰 노력을 하셨지요.

학교 뒤편 빈 텃밭에서 꽃씨와 상추씨를 심던 날, 커다란 느티나무 밑에서 선생님과 함께 줄넘기하다가 처음으로 이단 뛰기를 성공한 날, 일주일에 한 번씩 반 전체가 도서관에 둘러앉아 책 읽어주시는 선생님의 목소리에 꾸벅꾸벅 졸던 친구들 모습, 칭찬 카드를 모아 교실에서 작은 벼룩시장을 열던 날까지 함께했던 순간순간이 신기하리만큼 기억 속에 사진처럼 남아있어요.

열 살짜리 풋내기 반장에게 정말 프로처럼 책임감을 심어주시고 친구들을 위해 봉사하는 리더란 무엇인지, 친구들을 위해 배려하는 길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무엇보다 부모처럼 따뜻하고 정겨운 스승이란 무엇인지 알려주셨어요. 그때의 기억을 잊지 못하고 저는 고등학교 3학년이 된 지금까지 한 번도 반장의 자리를 놓친 적이 없답니다.

무엇보다 가장 기억에 남고 감사했던 일은 따로 있지요. 제가 어른이 되어서도 잊지 못할 것 같던 친구, 선생님은 동호가 기억나시나요? 교통사고로 어린 나이에 부모님을 잃고 그 충격으로 나이보다 어린 지능을 갖게 되었던 이동호 말이에요. 그때 선생님께서는 저와 동호를 짝으로 앉히셨어요. 처음에는 원망도 많이 했죠. 짝이 되기 싫다며 선생님을 졸라도 보고 집에 와서 엉엉 울며 하소연을 해보기도 하고. 그런데 동호랑 짝이 된 일이 제 짧은 인생에 많은 변화를 가져왔어요. 이기적이었던 제가 이해심과 배려심을 배운 것이었죠.

꼭 연락이 닿는다면 선생님을 찾아뵙고 그간 있었던 일들로 이야기꽃도 피우고 추억도 되새김질하고 싶어요. 의미 있는 인연들도 많이 만나왔고 앞으로도 수없이 복잡한 관계 속에 살겠지만, 앞으로도 선생님께서는 최고의 스승님 중 한 분으로 영원히 기억되실 거예요. 감사해요. 사랑해요.


* 문화일보 후원,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주최 '감사편지 쓰기' 공모전 수상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