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 종합감사 결과 보고서
‘서민금융 강화’ 예산 늘렸는데
도덕적 해이에 따른 낭비 심해

채무조정 등을 통해 저신용자의 경제적 재기를 돕고자 설립된 금융위원회 산하 신용회복위원회가 해외 출장 시 불필요한 일정을 넣어 예산을 낭비하고 업무용 차량을 간부 전용차량으로 전용하는 등 방만한 경영을 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최근 서민금융 강화로 예산이 늘었는데 도덕적 해이(모럴 해저드)에 따른 낭비가 심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1일 문화일보가 단독입수한 금융위원회의 ‘신용회복위원회에 대한 종합감사 결과보고서(2018년 7월)’에 따르면 신복위는 지난 2016년 7월과 2017년 7월 두 차례의 영국 출장을 일정이 미정인 채로 진행하면서, 이틀에 걸쳐 동일한 사람을 1시간씩 면담하는 등 면피성으로 진행했다.

또 해외 연수 대부분 현지 도착 이후에 ‘지역 답사 및 사전 준비’를 하거나 ‘면담 자료 정리’ 일정을 추가해 1~2일을 체류하는 등 불필요한 예산을 지출했다고 금융위는 지적했다. 명확한 지급 근거도 없이 총 6건(2016년~2017년)의 해외 연수에 지급된 통역비만 770만 원이 넘었다.

신복위는 관련 지침도 제대로 지키지 않았다. 지침상 업무용 차량은 사전 승인을 받아 근무시간에만 사용해야 하지만 신복위는 보유한 총 8대 중 3대의 차량을 사무국장과 본부장의 전용차량으로 지원했고, 별도의 운전대행서비스 계약을 맺어 500만 원이 넘는 예산을 지출했다. 신규사업 추진하기 위해서는 위원회 의결을 거쳐야 하지만 이런 절차 없이 예산 전용을 통해 추진하는가 하면 업무협의 내용 및 구매 내역도 없이 대외 업무추진비를 지출한 경우도 빈번했다.

보수규정을 어기고 사무국장과 본부장의 보수를 전적으로 위원장이 결정하는 후진적인 행태도 나타났다. 이외 채무조정 기간 중 여유 자금이 생겨 예상보다 변제금을 빨리 갚은 성실 상환자가 소액대출 신청 시 선납 여부를 고려하지 않고 높은 금리를 적용하는 등 불이익을 준 것으로 금융위 감사 결과 드러났다. 금융위는 이와 같은 5개 분야 총 14건에 대해 기관 주의·개선요구 등의 처분을 내리고 2개월 이내에 조치할 것을 요구했다. 한편 신복위의 예산은 2016년 416억 원에서 2017년 454억 원, 2018년 493억 원으로 늘었다.

황혜진 기자 best@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