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국민연금 제도 개선 방향 공청회 (서울=연합뉴스) 17일 오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국민연금 제도 개선 방향에 관한 공청회에서 참석자들이 성주호 재정추계위원장의 2018년 국민연금 재정계산 장기 재정 전망 결과 발표를 듣고 있다.2018.8.17

- 본보 출장보고서 단독입수

복지부 ‘65→67세’ 계속 부인
올 1월 연금 담당 스페인行
불황 맞선 개혁 사례 참조
재정 안정성 등 보고서 제출
현지 직접투자 확대 제안도

정부가 국민연금 지급연령 연장을 전혀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부인했지만 실제로는 지난 1월 기획재정부 담당 공무원 2명과 보건복지부 산하 국민연금연구원 부연구위원 1명을 국민연금 지급연령을 67세로 연장한 스페인에 파견해 지급연령 연장에 대한 긍정적인 결과를 보고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들은 국민연금 영국 런던사무소를 방문한 뒤 보고서를 통해 “외국 현지사무소가 (본사 검토를 거치지 않고) 프로젝트 투자를 단독으로 진행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21일 문화일보가 입수한 ‘국민연금공단 해외사무소 및 운용자산 등 점검 및 연금개혁사례 연구’ 국외 출장보고서에는 “(스페인이 시행한) 연금수령개시연령 연장과 최소 가입 기간 15년(한국 10년) 등을 우리나라 국민연금에서도 참고할 만하다”며 “우리나라보다 앞서 연금제도를 도입하고 고령화를 겪고 있는 스페인의 재정 상황을 참고해 국민연금 등 재정 안정성을 자세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내용이 적시돼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스페인은 2008년 경제위기로 인한 심각한 경기침체에 대한 대응의 성격으로 2011년 연금개혁을 통해 연금수령연령을 65세에서 67세로 상향 조정했다. 스페인 정부는 2008년 경제위기 직후 실업률이 심각한 수준으로 치솟자 연금수령연령 연장을 통해 기금 안정화를 도모했고 2013년부터 건설경기 회복, 관광수입 증가로 연 3%대의 경제성장률을 회복했다.

박능후 복지부 장관은 지난 14일 ‘국민연금 지급연령을 68세로 연장한다’는 보도에 대해 “지급연령을 1세씩 늦춰 2033년에 65세가 되는데 그걸 또 68세로 한다는 건 말 자체가 안 된다”며 “그런 건 전혀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반박한 바 있다. 사흘 뒤 복지부 자문기구인 국민연금재정계산위원회는 연금수령연령을 65세에서 67세로 늦추는 방안을 제시했다.

국외 출장보고서는 또 국민연금 외국 현지사무소가 현지 프로젝트 투자를 직접 할 수 있도록 권한을 늘려야 한다는 내용도 제안했다.

이 같은 보고서는 기금운용을 총괄하는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 장기 공석 사태로 대체투자(인프라·부동산·헤지펀드·사모투자 등) 실적이 부진해지자 외국 현지사무소가 직접 프로젝트에 투자할 수 있도록 권한 강화의 필요성을 설명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국민연금은 지난해 영국과 프랑스 채널터널을 잇는 유로스타의 영국 내 선로 운영권 인수에 4000억 원을 투자하는 등 적극적인 행보를 보였으나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5월까지 대체투자 집행액이 491억 원에 그치는 등 부진한 상황이다.

이해완 기자 paras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