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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큐멘터리 ‘휘트니’

다큐멘터리 ‘휘트니’(사진)에는 전 세계 수백만 명의 팬을 거느리며 화려하게 살다가 마흔여덟에 비극적으로 생을 마감한 전설의 디바 휘트니 휴스턴의 무대 밖 모습을 낱낱이 소개한다. 그의 가족과 친구, 동료의 입을 통해 전해지는 휴스턴의 삶은 가히 충격적이다.

휴스턴의 어린 시절을 보여준 다큐는 그가 처음으로 TV에 출연해 뛰어난 가창력을 선보인 후 첫 앨범부터 빌보드차트 1위에 오르며 승승장구하는 장면으로 이어진다. 1992년 영화 ‘보디가드’에 출연해 흥행 돌풍을 일으킨 후 그의 인기는 하늘을 찌를 듯 치솟았다. 하지만 유명 가수 출신 남편 바비 브라운이 아내와의 인기 격차를 견디지 못해 잇달아 사고를 치고, 믿고 의지했던 아버지가 자신을 상대로 거액의 소송을 걸자 밝고 강인하게 살아온 그도 흔들리기 시작한다. 아버지의 장례식에도 참석하지 않은 그는 약물에 빠져들며 삶도 무너져간다. 돈이 바닥나 재활치료를 중단하고 나온 그는 새 앨범을 내고 투어를 돌며 재기를 시도했지만 억지로 내는 듯한 목소리에 팬들은 실망한다. 그는 결국 2012년 2월 11일 미국 캘리포니아 베벌리힐스의 한 호텔 욕조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약물 과다복용으로 인한 익사였다.

휴스턴이 세상을 떠난 지 3년이 지난 2015년, 휴스턴을 ‘보디가드’에 캐스팅한 니콜 데이비드와 12년 동안 그의 일을 봐준 매니저이자 올케 팻 휴스턴, ‘오프라 윈프리 쇼’ 공동 프로듀서로 그를 인터뷰한 리사 에스파머가 모여 휴스턴의 이야기를 세상 사람들에게 들려주기로 했다. 그들은 세계 최고의 다큐 감독으로 꼽히는 캐빈 맥도널드에게 다큐 제작을 부탁했고, 맥도널드 감독은 1500여 개의 비디오테이프와 250여 개의 원본 영상, 2000여 장의 스틸사진을 바탕으로 다큐 영상을 만들었고, ‘보디가드’에서 호흡을 맞춘 케빈 코스트너 등 30여 명의 주변인을 인터뷰했다.

지난 5월 칸국제영화제에서 처음 공개된 이 다큐에는 휴스턴이 어린 시절 사촌인 디디 워윅에게 성추행을 당했고, 트라우마에서 벗어나기 위해 바비 브라운과 결혼해 행복한 가정을 꾸리는 데 집착하다 결국 불행한 삶을 살게 됐다는 증언이 나온다. 또 브라운과의 사이에서 낳은 딸도 엄마에 이어 비참한 죽음을 맞은 사실도 소개된다.

‘보디가드’ 주제곡 ‘아이 윌 올웨이즈 러브 유’를 비롯해 ‘아이 해브 나싱’ ‘아임 에브리 우먼’ ‘런 투 유’ ‘퀸 오브 더 나이트’ 등 휴스턴의 노래 27곡을 들을 수 있다. 23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김구철 기자 kc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