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정책이 국민 신뢰를 얻으려면 투명하고 정직해야 한다. 그런데 최악의 고용성적표를 받아든 문재인 정부의 대응은 이와 거리가 멀다. 최저임금 과속 인상과 경제 현장을 무시한 일률적 주 52시간 근무제 강행과 직접 관련이 있음을 감추기 때문이다. 경제 이론을 모르는 일반인들도 주변 식당을 방문하거나 영세 자영업자 얘기를 들어보면 금방 알 수 있다. 그러면서도 조(兆)단위 혈세 투입을 호주머닛돈 쓰듯 쉽게 말하니, 국민을 더욱 화나게 한다.

더불어민주당과 정부, 청와대는 19일 회의를 갖고 환란 이후 최악이라는 대량 실업(失業) 사태에 대해 “송구스럽다”고 사과했지만 원인 진단에서는 입장 차이를 확인하는 데 그쳤다. 고용 측면에서도 지난해 7월 월평균 취업자 증가 31만 명에 비춰 5000명으로 급감했는데, 정작 본질(本質)은 외면했다.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개선 수정하는 방향이 필요하다면 검토하겠다”고 했지만,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은 “소득주도 성장, 혁신성장 , 공정경제 정책이 효과를 내기 시작하면 고용 상황이 개선될 것을 확신한다”면서 “송구스러우나 정부를 믿고 조금만 기다려 달라”고 했다. 올 들어 취업률이 급감하는 통계가 나올 때면 청와대와 정부는 인구구조 변화, 날씨 탓만 하다가 이젠 아예 입을 다물었다. 지난해 편성한 11조 원의 일자리 응급 추경 효과라도 나타났어야 할 것 아닌가. 현장에서는 이른바 ‘소득주도 성장론’의 패착임을 다 아는데, 성역인 양 거론 자체를 금기시한다. 지난주 청와대 회의에서 장 실장은 “최저임금 때문이라는 구체적 근거가 없다”고 했다는데 탁상을 떠나 당사자 얘기를 들어보라. 심지어 여당 대표 유력 주자인 이해찬 의원은 이명박·박근혜 정부 탓을 하고 있다.

진단이 잘못된 처방은 치료는커녕 문제를 더 키운다. 내년에 또 21조 원의 세금을 퍼부어 일자리를 만들겠다고 한다. 지난해부터 1년3개월 동안 두 차례 추경과 일자리 본예산 등을 합해 54조 원을 투자해 낸 결과물이 이 정도인데, 계속 밑 빠진 독에 물 붓듯 세금을 투입하겠다고 한다. 이런 무모함이 없다. 시장의 신뢰도 생길 리 없다. 잘못된 진단에 잘못된 처방을 고집하는 것은 국민을 두 번 기만하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