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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출·투자·R&D 등 위기 신호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못 내는
한계기업 재직자만 7만명 달해

한계기업수도 3년새 94곳 늘어
협력업체 포함땐 수십만명 위기

양질의 일자리를 책임져 온 국내 제조업계가 내실과 성장의 척도인 수출과 투자, 연구·개발(R&D) 등 제반 부문에서 ‘총체적인 위기 신호’를 나타내고 있다.

특히 제조 핵심인 수출 주력 업종의 한계기업 재직자 수(협력업체 등 제외)만 해도 7만 명에 육박하는 것으로 분석돼 ‘고용 참사’의 또 다른 진원지로 작용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0일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선박·자동차·무선통신기기 등 13대 수출 주력 업종(정부 분류 기준)의 한계기업에 재직 중인 근로자 수는 총 6만7013명에 이른다. 2017년도 외부 감사 자료를 공개한 해당 업종 기업 4373개사 가운데 3년 연속 이자보상배율이 1 미만인 한계기업 464개사를 분석한 결과다. 이자보상배율이 1을 밑돌면 영업이익으로 이자를 감당하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고, 3년 연속 이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면 한계기업으로 분류된다.

수출 주력 업종으로 번지고 있는 ‘일자리 위기’는 갈수록 악화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실제로 일반기계, 자동차 부품, 섬유류, 무선통신기기 등을 중심으로 한계기업이 속출하면서 2017년 말 현재 한계 기업 수는 2015년에 비해 94개나 늘었다. 이로 인해 일자리에 위협을 받는 근로자 수는 협력업체까지 포함할 경우 수십만 명에 이를 수 있다는 분석이다.

문제는 한계기업 중 상당수가 구조조정 도마에 오르는 데 회생 가능성이 낮다는 점이다. 국회 정무위 김선동(자유한국당) 의원에 따르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래로 올 3월 현재까지 총 437개사가 구조조정 대상(시중은행·국책은행 담당 기준)에 이름을 올렸으나 실패율은 71%(현재 진행 중인 곳 제외)에 달했다. 이들 은행이 입은 손실액만 해도 44조 원에 이른다. 반면, 제조 산업의 미래 성장 바로미터인 설비와 지식재산생산물(R&D) 투자는 곤두박질치고 있다. 한국은행의 지난 2분기 국내총생산(GDP) 속보에 따르면 설비, 지식재산생산물 투자는 각각 전기 대비 -6.6%, -0.7%를 기록했다. 이들 투자 항목이 모두 마이너스로 떨어진 것은 2012년 2분기 이래로 처음이다.

현 정부가 기업 관련 정책을 지금이라도 획기적으로 전환하지 않으면 수출과 일자리를 책임져 온 한국 제조업의 위기를 막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홍성일 한국경제연구원 경제정책팀장은 “기존 산업의 경쟁력을 악화시키는 각종 기업 관련 정책의 전환이 필요하다”면서 “법인세 등 기업세금 부담 완화, 노동시장 유연화, 기업 활동을 옥죄는 규제 등 각종 정책의 전환을 통해 기업이 더 자유로운 환경 속에서 본연의 역할에 충실할 수 있도록 여건을 조성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관범 기자 frog72@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