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지금 만나러 갑니다”… 설레는 이산상봉 제21차 이산가족 상봉행사 첫날인 20일 오전 강원 속초시 한화리조트에서 이산가족들이 금강산 상봉장으로 출발하기 전 버스 안에서 배웅나온 가족들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 2년 10개월 만에 열리는 상봉은 20일부터 26일까지 진행된다. 김동훈 기자 dhk@

오후 3시 금강산서 첫 상봉
“죽기 전에 또 못 보나” 눈물

“내래 이번이 마지막이야. 이번에 만나면 죽을 때까지 못 보는 기야.”

북측의 가족들을 만나기 위해 방북하는 남측 이산가족 상봉단이 20일 오전 강원 속초시를 출발해 금강산에 도착했다. 전날 집결지에 모인 상봉자들은 들뜬 마음에 새벽잠을 설쳤음에도 설레는 마음으로 북으로 향했다. 그러나 상봉이 시작되기도 전에 ‘이번이 마지막일 수도 있다’며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3년 만에 열리는 이번 상봉행사는 오는 26일까지 2차례에 걸쳐 진행되며, 1차 상봉에는 남측 이산가족 89명이 참석했다.

이날부터 2박 3일간 금강산에서 열리는 상봉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전날 강원 속초 한화리조트에서 묵었던 이병주(90) 할아버지는 이번에 형과 함께 북측의 조카를 만난다. 이 할아버지는 ‘잘 주무셨느냐’는 질문에 “너무 설레서 잘 못 잤지요. 늙어서 일찍 깨기도 하지만…”이라며 밝은 표정을 지었다. 북측의 이복 여동생들과 상봉하는 신종호(70) 씨도 “어제 9시 못 돼 잠들고 오늘 새벽 3시에 일어났다”면서 “몸은 어디 아픈 데 없이 좋다. 거기 가서도 좋아야지”라고 설레는 마음을 드러냈다.

그러나 상봉단 중에는 이번이 북녘 가족들을 만나는 마지막 기회일 수 있다는 점에 대해 아쉬움과 안타까움을 표시하는 가족도 적지 않았다. 큰형님의 아들인 조카를 만날 예정인 이관주(93) 할아버지는 “내래 이번이 마지막이야. 이번에 우리 조카 만나면 이제 죽을 날만 받아놓은 거지”라며 “이게 뭐야, 이번에 만나면 내가 죽을 때까지 못 보는 기야”라고 눈물을 글썽였다. 평양 출신인 이 할아버지는 손에 들고 있던 부채로 소파를 내려치며 “이거이 말도 안 되는 일 아니냐”며 “38선으로 나뉜 분단국가에서나 있는 일”이라고 한탄했다. 1·4 후퇴 당시 두 살 갓난아이였던 아들을 만나러 간다는 이기순(91) 할아버지는 “직접 만나기 전에는 모르지”라며 “내 아들이 맞는다면 여러 말 안 해도 하나만 물어보면 알 수 있어, ‘너도 술 좋아하냐’고 물어봐야지”라고 말했다.

상봉단 환송을 위해 속초를 방문한 조명균 통일부 장관은 “다들 마음이 급하신 것 같다. 워낙 급하신 마음에, 어서 출발하시고 싶은 마음에 버스도 빨리 타고 싶으실 것”이라며 “건강히 다녀오시란 마음뿐”이라고 말했다. 조 장관은 오전 8시 35분쯤 상봉대상자 89명과 동반가족 108명 등 총 197명의 상봉단을 태우고 주차장을 나서는 27대의 버스를 향해 일일이 손을 흔들고 고개를 숙이며 인사를 건넸다. 정오쯤 금강산에 도착한 상봉단은 점심 식사 후 오후 3시쯤 금강산호텔에서 감격스러운 첫 상봉을 할 예정이며, 오는 22일까지 6차례에 걸쳐 11시간 동안 북측 가족을 상봉한다.

속초·고성=공동취재단, 박준희 기자 vinkey@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