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들로 백악관 국가경제위원장
각료회의서 “中경제위기” 언급

트럼프 “공정한 것 얻기 전까지
어떤 거래도 하지 않을것” 밝혀
22일 무역협상 앞 압박 의지

래리 커들로 미국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이 미국과 무역전쟁을 벌이고 있는 중국 경제에 대해 ‘끔찍한(terrible) 상황’이라며 사실상 위기 상태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미·중이 80일 만에 다시 협상 테이블에 앉지만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에 대한 압박 의지를 굽히지 않고 있어 중국의 대폭적 양보 없이는 협상 타결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17일 백악관 홈페이지 및 AP통신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16일 백악관에서 개최한 각료회의에서 미·중 무역전쟁과 관련해 “질문이 하나 있다”며 “우리는 중국에 대해 어떻게 하고 있고 중국은 어떻게 하고 있느냐”고 물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의 경제 책사로 평가받는 커들로 위원장은 “중국 전문가는 아니지만 현재 그들의 경제는 끔찍한 상황인 것으로 보인다”고 답했다. 그는 “중국 경제는 하강하기 시작했다”며 “소매 판매와 기업 투자가 무너지고 있고 산업 생산도 하락해 현재 낮은 수준에서 정체되고 있다”고 보고했다.

이어 커들로 위원장은 “사람들이 (중국) 통화를 팔고 있다”며 “일부 통화 조작이 있지만 투자자들이 중국 경제를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중국에서 빠져나오고 있다고 생각한다. 투자자들은 우리 경제를 선호해 미국으로 이동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난 3일에도 “중국은 점점 더 나약한 경제로 고립되고 있다”며 “중국 통화가치 하락은 중국을 떠나는 자본 때문이며 자본이 중국을 떠나면 많은 어려움에 직면할 것”이라고 밝혔다. 커들로 위원장의 비판적 평가는 향후 협상에서 중국에 대해 강도 높은 압박을 이어가겠다는 자신감을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 역시 회의 말미에 “우리는 중국과 대화를 하고 있고, 그들도 매우 대화하고 싶어 하지만 공정한 것을 얻기 전까지는 어떤 거래도 하지 않을 것”이라며 중국에 대한 강경 입장을 고수했다. 그는 유럽연합(EU)과의 협상을 예로 들며 “우리가 자동차에 관세를 부과할 준비를 하자 그들은 (협상장으로) 왔다”며 “매우 잘하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중국 상무부는 이날 왕셔우원(王受文) 부부장(차관) 겸 국제무역협상 부대표가 미국 측 요청으로 이달 하순 방미해 데이비드 말파스 미국 재무차관을 만나 무역문제에 관한 협상을 진행한다고 밝혔다. 커들로 위원장도 미·중 무역협상 재개 사실을 확인하면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보자. 때로는 협상이 기대했던 것보다 좋은 결과를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양국 관리들을 인용해 왕 부부장이 오는 22~23일 미국을 방문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6월 초 중국 베이징(北京)에서 열린 3차 무역협상 이후 80일 만에 재개되는 협상을 앞두고 트럼프 행정부가 여전히 공세적 압박을 고수하고 있어 중국의 양보안 수준에 따라 협상 성패의 방향이 갈릴 전망이다. 협상 수석대표가 기존 부총리·장관급이 아닌 차관급으로 낮아지면서 협상이 급물살을 타기보다 본격 대화 재개를 위한 탐색전 성격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김남석 기자 namdol@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