核시설 목록 내놓으란 압박

트럼프, 또 中배후설 제기
“美·北관계, 中 때문에 타격”

마이크 폼페이오(사진) 미 국무장관이 16일 미·북 관계에서 더 늦기 전에 큰 도약이 이뤄지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폼페이오 장관의 4차 방북설이 제기되는 가운데 나온 이번 발언은 비핵화보다 종전선언, 제재 완화에 무게를 두고 있는 북한에 대해 다시 결단을 촉구하는 ‘압박용’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북한과의 관계가 중국에 의해 다소 타격을 받았다고 언급했다.

이날 백악관에서 열린 각료회의에 참석한 폼페이오 장관은 “지난 여러 달 동안 북한에서 추가적인 미사일시험과 핵실험이 없었다”며 “북한 주민들을 더 밝은 미래로 이끌 길에 대해 그들과 대화를 계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폼페이오 장관은 “(북한과) 진전이 계속 이뤄지고 있으며 너무 오래 지나기 전에 큰 도약을 만들어갈 것을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미국 정부가 추가 대북 제재를 발표한 다음 날 나온 폼페이오 장관의 이 같은 발언은 북한에 결단을 촉구하는 메시지가 담긴 것으로 해석된다. 종전선언이나 제재 완화를 바란다면 핵시설 신고 등과 같은 구체적인 비핵화 조치를 서둘러 내놓으라는 압박인 셈이다. 미 재무부는 북한과의 비핵화 협상이 지지부진하자 지난 3일 5개월 만에 대북 제재를 재개한 데 이어 15일에도 추가 제재를 발표했다. 폼페이오 장관의 8월 방북설이 나오는 상황에서 미국의 대북 추가 제재 발표와 폼페이오 장관의 발언은 북한이 제대로 된 비핵화안을 내놓지 않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또 폼페이오 장관의 발언은 북한의 비핵화 조치가 계속 늦어지면 미국 정부의 대북 정책에 변화가 생길 수 있음을 시사한 것으로도 해석된다. 니키 헤일리 유엔주재 미국대사도 최근 “그들(북한)은 국제사회가 여전히 비핵화를 기대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면서 “그들(북한)이 기다리기를 원한다면 우리는 기꺼이 기다리겠지만, 너무 오랫동안 기다리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외교가에서는 북한의 비핵화 조치가 지지부진할 경우 미국 중간선거가 있는 11월이 대북 정책의 분기점이 될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미군 유해 55구 송환과 관련해 폼페이오 장관은 “북한에서 전사한 유해가 앞으로 수십 구가 아니라 수백 구가 돌아올 수 있도록 국방부가 후속 작업을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도 “(미·북) 관계는 매우 좋아 보인다”고 언급하면서도 “중국 때문에 다소 타격을 받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혀 미국과 북한 간 대화가 이뤄지고는 있지만, 견해차가 있음을 시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 배후에 중국이 있다는 인식을 갖고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실제로 북한은 비핵화는 뒤로 미뤄둔 채 종전선언을 요구하고 있다. 북한 대외 선전 주간지 통일신보는 13일 “미국이 종전선언 채택 등 단계적이며 동시적 행동조치를 통해 호상(상호) 신뢰를 실천으로 보여주지 않는 한 비핵화 문제에서 더 이상 진전은 기대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워싱턴=김석 특파원 suk@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