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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잖아, 불행하다고/ 한숨짓지 마/ 햇살과 산들바람은/ 한쪽 편만 들지 않아/ 꿈은/ 평등하게 꿀 수 있는 거야/ 나도 괴로운 일/ 많았지만/ 살아 있어 좋았어/ 너도 약해지지 마.’

일본의 최고령 데뷔 시인인 시바타 도요(1911∼2013)의 시 ‘약해지지 마’입니다. 어려운 단어 하나 없이 전하는 시는 부드러운 울림을 남깁니다. 시바타 할머니는 98세에 장례비로 모아둔 100만 엔으로 첫 시집 ‘약해지지 마’를 출간해, 화제를 일으켰습니다.

미국의 국민 할머니 화가인 애나 메리 로버트슨 모지스는 76세 때부터 그림을 그리기 시작해 80세 즈음 이름을 알렸습니다. 소박하면서도 유쾌한 색감의 풍속화와 풍경화로 유명한 할머니는 자기 삶을 돌아본 책 ‘인생에서 너무 늦은 때란 없습니다’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추억은 뒤를 돌아보는 거고 희망은 앞을 내다보는 거지요. 추억은 오늘이고 희망은 내일입니다. 인생에서 너무 늦은 때란 없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시바타 할머니, 모지스 할머니가 나오기 시작합니다. 100세 시대, ‘100세 필자’군의 대거 등장입니다. 이번 주만 해도 99세 철학자 김형석 연세대 교수의 에세이집 ‘행복예습’(덴스토리)이 나왔고, 97세 이옥남 할머니의 일기 모음집인 ‘아흔일곱 번의 봄 여름가을겨울’(양철북)이 출간됐습니다. 1922년 강원 양양군에서 태어나 글을 배우지 못한 이옥남 할머니는 글자 연습을 위해 일기를 쓰기 시작, 30년 남짓 썼고 지금도 쓰고 있다고 합니다. 칠순에 영문과 대학원생이 된 82세 장병순 할머니의 자전적 에세이 ‘그래도 이만하면 잘 살았다’(초이스북)도 출간됐습니다.

100세 철학자로 최고의 인기를 누리는 김형석 교수와 어려서 글을 배우지 못한 양양 송천리 이옥남 할머니는 아주 다른 삶을 살아왔지만, 이들 100세 필자들이 전하는 메시지에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시바타 시인, 모지스 할머니와도 통하니, 국경 초월입니다. 그 어떤 삶을 살아왔든 삶에 대한 넓은 품과 관대한 사랑을 보여주며, 행복하다고 말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나이 드는 것은 앞서 체험할 수 없기에 확인할 수 없지만 인생의 선배들이 이렇게 말하니, 복잡하고 피곤한 우리도 살아있어 좋다고, 일상속에 행복이 있다고, 그래서 언젠간 행복했다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김형석 교수는 ‘행복예습’에서 평생의 결론을 전합니다. “행복은 주어지는 거나 찾아가는 것이 아니다. 언제나 우리들의 생활과 삶 속에 있다. 고통과 시련이 있을 때는 희망과 함께했다. 좌절과 절망에 처했을 때는 믿음을 안겨 줬다. 사랑이 있는 곳에 언제나 행복이 함께했다.”

최현미 기자 ch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