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공공자전거 ‘따릉이’ 이용자들의 안전모 착용이 의무화되는 9월을 앞두고 서울 영등포구 여의나루역 따릉이 대여소에 안전모 무료 대여를 시범 운영한다는 안내 간판이 서 있다. 뉴시스

지자체, 착용 의무화 한달앞
자판기 설치 - 관리인 상주도

서울서 무료대여 시범 실시
다수 분실… 예산도 큰 부담
벌칙 없어 “차라리 폐기를”

자전거 이용자에게 안전모 착용을 강제하는 내용의 도로교통법 개정안 시행 한 달을 앞두고 지방자치단체들이 안전모 마련과 관리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행정안전부가 자전거 이용자의 반발을 의식해 안전모 미착용에 대해 단속하거나 벌칙을 부여하지 않기로 했지만 공공 자전거 이용을 독려하는 지자체 입장에선 안전모를 준비해 놓지 않을 경우 이용자에게 법을 어기라고 하는 것과 마찬가지이기에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안전모를 준비하고 있다. 이에 따라 단속이나 벌칙을 부과하지 않을 바엔 차라리 개정안을 폐기하는 것이 맞는다며 탁상입법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16일 각 지자체에 따르면, 서울시는 지난달 20일부터 공공자전거 ‘따릉이’ 이용이 많은 여의도 곳곳에 전용 안전모를 비치하고 무료 대여 서비스를 실시 중이다. 시는 따릉이 대여소 30곳에 500개를, 자전거 바구니에 400개를 놓아두는 등 총 1500개의 안전모를 준비했다. 이용자는 별도 절차 없이 따릉이를 이용할 때마다 쓰면 된다. 하지만 시행 3주 만에 반납 현황을 확인한 결과 277개가 없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안전모의 원가가 1만3500원이고 소독제와 탈취제를 뿌려 소독기에서 4시간 이상 정화 작업을 하는 등 적지 않은 관리 노력이 들어가는 것을 고려했을 때 손실이 만만치 않다. 만약 헬멧 무료 대여를 전면 확대할 경우 헬멧 구입비와 세척·관리비 등으로 한 해 예산만 10억 원 정도가 들 것으로 추산됐다.

공용자전거 ‘누비자’ 3200대를 운용 중인 창원시는 다음달 20일쯤 안전모 2000개를 비치할 계획이다. 시는 예산 4000만 원을 투입, ‘창원시 공용자전거 누비자’라는 문구까지 새겼다. 분실을 막기 위해 공용자전거터미널에 ‘안전모 자판기’ 설치를 검토하고 있다. 자판기는 대당 500만 원으로 총 275개 누비자 터미널에 모두 설치할 경우 13억7000여 만 원의 예산이 필요하다. 창원시 관계자는 “안전모 분실에 대한 대책은 따로 없고 시민 자율의식에 맡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자전거 이용 위축이나 예산 낭비 등 부작용에 대한 대비 없이 안전모 착용 개정안을 밀어붙인 행안부에 대한 비판이 일고 있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안전모를 쓰지 않는 것에 대한 단속 규정이 없어 얼마나 실효성이 있을지 모르겠다”며 “지자체에서 법을 외면할 수 없어 할 수 없이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행안부 관계자는 “안전모를 쓰지 않더라도 단속이나 벌칙은 없고 향후 벌칙을 도입할 계획이 없다”며 “많은 국민이 안전모를 착용할 수 있도록 교육과 홍보에 집중할 것”이라고 밝혔다.

창원 = 박영수 기자 buntle@

부천 = 지건태 기자 jus216@munhwa.com, 노기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