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경수 영장청구

킹크랩 시연 참석이후 공모
金 지시 → 드루킹 보고 정황
특검, 증거인멸 우려에 영장

與 원내대표 법원압박 논란

‘민주당원 댓글조작 사건’을 수사 중인 허익범 특별검사팀이 15일 김경수 경남지사에 대해 청구한 댓글조작 혐의(업무방해 공범) 구속영장에는 2016년 11월 9일 킹크랩(댓글조작 자동화 프로그램) 시연에 김 지사가 참석한 이후 드루킹과 지속적으로 벌인 댓글조작 현황이 담긴 것으로 16일 파악됐다. 특검이 양측의 댓글조작 공모 관계를 킹크랩 시연 직후부터로 결론지었다는 의미다.

이는 김 지사 구속영장에 현재 재판 중인 드루킹 일당에게 적용된 댓글조작보다 훨씬 많은 건수가 적시됐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앞서 검찰과 특검은 드루킹 일당에게 각각 1월 17∼18일 2286개의 아이디(ID)와 킹크랩을 사용해 537개 기사의 댓글 1만6658개에 대해 공감·비공감을 조작한 혐의와 2월 21일∼3월 21일 2196개의 ID와 킹크랩을 이용해 5533개 기사의 댓글 22만1729개에 공감·비공감을 조작한 혐의를 적용했다. 특검은 드루킹과 김 지사의 댓글조작 공모가 이보다 훨씬 이전부터 이뤄졌다고 보고 김 지사에게 더 많은 댓글조작 혐의를 적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은 김 지사가 킹크랩 시연에 참석한 이후 양측이 ‘댓글조작 지시(김 지사)-보고(드루킹)’ 관계를 구축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특히 특검은 킹크랩 시연은 없었다는 김 지사 측 주장의 신빙성이 낮은 것으로 보고 있다. 시연 당시 드루킹 측이 김 지사 보고용으로 작성한 ‘20161109 온라인정보보고’ 파일에 드루킹이 이끈 단체 ‘경제도 사람이 먼저다(경인선)’ 소개와 함께 킹크랩 관련 내용이 있기 때문이다. 김 지사는 특검에서 경인선 소개를 본 기억이 있지만 킹크랩에 대한 부분은 보지 못했다고 진술했다. 그러나 특검은 시연된 파일의 절반만 봤다는 김 지사 측 주장을 수긍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특검은 김 지사가 증거인멸 우려가 있다고 판단했다.

더욱이 특검은 킹크랩 서버를 구축한 ‘트렐로’ 강모 씨에 대한 조사를 통해 시연 당시 킹크랩 화면을 보면 누구나 댓글조작이 이뤄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고 보고 있다. 17일 열릴 예정인 구속영장심사에서 김 지사 측이 ‘그게 킹크랩인 줄 몰랐다’고 주장해 봐야 신빙성이 떨어진다는 의미다. 다만 특검은 앞서 김 지사의 관사와 집무실 압수수색 당시 적용했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는 구속영장에 적시하지 않았다. 특검은 25일까지 남은 9일간의 1차 수사 기간 해당 혐의에 대한 보강 수사를 벌일 계획이다.

한편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김 지사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에 대해 이날 “특검은 스스로 수사 공정성을 떨어뜨리는 행태를 반복해왔다”면서 “법원이 현명한 판단을 내려줄 것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집권당 수뇌부의 법원 압박으로 읽힐 수 있는 대목이다. 김 지사는 출근길에 “특검이 사건의 실체와 진실을 밝혀 줄 거라는 일말의 기대가 있었지만 무리였던 것 같다”고 말했다.

임정환·이정우 기자 yom724@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