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울산 동구 방어동 현대중공업 해양사업부 전경. 작업 물량이 없어 공장 크레인 등 장비는 멈춰있고 공장 곳곳은 텅비어 있다. 현대중공업 제공

35년만에 처음으로 가동중단
2000여명 일자리 소멸 위기
75만㎡ 부지 적막감 감돌아

하계휴가 이후 첫 출근일인 13일 오전 11시 울산 동구 방어동 현대중공업 해양사업부. 바다를 따라 길쭉하게 조성된 공장을 따라 한참을 들어가도 근로자는 물론 움직이는 차량을 좀처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조용했다. 원유생산설비를 만들기 위해 거대한 철구조물을 들어 올리던 골리앗 크레인도, 열심히 자재를 나르던 지게차도 일제히 움직임을 멈췄다. 철판을 자르는 굉음과 망치 소리, 용접불꽃음도 오간 데 없이 적막했다. 75만㎡의 넓은 공장 부지에 그나마 근로자들이 보이는 곳은 공사 마무리단계인 아랍에미리트(UAE) 나스르 원유생산 설비주변뿐이었다. 하지만 이마저도 이달 말 출항하면 현대중 해양사업부는 1983년 4월 공장 가동 후 35년 만에 처음으로 가동을 중단하게 된다. 다른 국가에 원가 경쟁력에서 밀려 2014년 11월 이후 45개월째 한 건도 수주를 못한 탓이다.

공장가동중단에 대한 후폭풍은 현대중 안팎에 거세게 불어닥칠 전망이다. 우선 현대중의 고민이 깊다. 당장 이곳에 근무하는 원청 근로자 2600명의 일자리가 사라지기 때문이다. 현대중 측은 이중 600여 명은 해외근무 또는 직무전환조치 등 고용을 유지하고, 나머지 2000여 명에 대해서는 무급휴직을 추진하기로 했다. 조선 등 다른 분야도 일감이 없어 이들 인력을 마땅히 다른 곳으로 전환배치할 곳도 없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그러나 노조는 해양플랜트 유휴인력 문제는 해양사업부 부지에서 조선블록을 생산하고, 전환배치 등으로 유휴인력을 최소화한 뒤, 유급 휴직을 해야 한다며 반발하고 있다.

지역 사회에서도 곳곳에서 한숨이 나오고 있다. 해양사업부 인근에 아귀찜 식당을 운영하는 박모(여·73) 씨는 “현대중 근로자가 줄어드는 바람에 올들어서만 손님이 60%나 줄었는데, 이번 달 말부터 공장을 중단하면 더 이상 식당을 운영할 수 없는 것 아니냐”고 걱정을 털어놨다. 인근의 부동산중개사무소 박모(여·52) 실장은 “최근 주변 부동산 공실률이 40%를 넘고, 가격대는 종전 월세 40만~50만 원대에서 20만~23만 원대로 뚝 떨어졌다”며 “부동산을 찾는 손님도 집을 구하겠다는 사람은 없고, 집을 내놓는 사람뿐”이라고 말했다.

울산 = 곽시열 기자 sykwak@munhwa.com